[흔들리는 안보, 이대로는 안된다] ① 위기관리 기능 제대로 가동되고 있나

입력 2010-12-02 21:37

정부의 대북 위기관리 능력에 빨간불이 켜졌다.



군은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 때도 천안함 사태 당시와 비슷하게 초기 대응부터 허둥댔다. 이명박 대통령이 천안함 사태 이후 5·24 대국민 담화에서 약속했던 ‘단호한 대응’은 현실화되지 않았다. 북한을 압박하고 비핵화하기 위한 정부의 외교적 노력도 성과를 낳지 못하고 있다.

천안함과 연평도 사태를 통해 군의 관료화와 야전성(野戰性) 상실은 최우선 과제로 확인됐다. 천안함 사태 이후 군의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는 논의가 8개월 동안 진행돼 왔지만, 결국 연평도 사태가 발생했다. 청와대는 천안함 이후 국가안보총괄점검회의를 신설했고, 국가위기관리센터도 확대 개편했다. 실제 연평도 포격이 발생한 지난달 23일 청와대 내 위기관리시스템은 제대로 작동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군의 대응 방식과 의사결정 체계는 천안함 사태 때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결국 시스템 개선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게 확인된 셈이다. 이 대통령이 김태영 국방부 장관을 경질하고, ‘전형적인 무인형’이라는 김관진 후보자를 내정하며 ‘군대다운 군대’를 주문한 것도 이러한 인식에서다. 김태준 한반도안보문제연구소장은 2일 “이 대통령은 천안함 당시 단호하고 강경하게 대응하겠다고 했으나 이번에도 강경대응을 못했다”며 “어떤 경우에도 보복하지 못한다는 사인을 북한에 준 것”이라고 지적했다.

북한 문제를 풀기 위한 대중외교 등 외교정책도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청와대는 천안함 이후 유엔안보리 등 국제사회 압박을 통해 해법을 제시했고, 연평도 사태 직후에는 중국을 통한 대북 압박을 핵심 키로 제시했다. 하지만 중국은 6자회담 재개를 들고 나왔고, 우리 정부가 이를 거부하는 상황에 처했다. 장기적인 외교 전략이 부재하다는 비판도 이 때문이다.

정부의 대북 정책 역시 계속 강경 쪽으로 치닫는 상황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민경제대책회의에서 “강한 의지가 북한의 도발을 유발하는 것이 아니라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명박 정부의 대북 원칙론 때문에 북한이 도발하는 게 아니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북한의 천안함 도발→정부 강경대응→북한의 연평도 도발→정부 강경대응’의 방식으로 한반도 정세가 악화되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정부와 청와대 내부에 북한 전문가들이 적다는 지적도 있다. 김성환 외교통일부 장관, 현인택 통일부 장관, 천영우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등은 모두 북한 전문가라기보다는 외교전문가다. 위키리크스 폭로에서도 일부 드러난 것처럼 북한의 정확한 의도와 상황 관리보다는 ‘북한붕괴론’에 경도돼 있는 듯한 느낌도 강하다. 원세훈 국가정보원장 역시 행정관료 출신으로 대북 전문가는 아니다.

이 대통령은 다음 주 초 청와대에서 국방선진화추진위원회를 개최해 국방개혁 과제에 대한 최종 보고를 받을 예정이다. 김희정 청와대 대변인은 “이 대통령이 지난번 담화에서 밝힌 북한의 추가도발 방지, 서해 안보태세 강화, 강군으로 만들기 위한 개혁 등 연평도 포격 도발 이후 국방개혁 전략을 이번 국방선진화추진위에서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남도영 엄기영 기자 dy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