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키리크스 외교문건 공개] 中, 해저核시설 관련 北을 ‘위험한 시한폭탄’으로 인식
입력 2010-12-02 21:34
위키리크스가 2일 공개한 북한의 비밀 해저핵시설 관련 미 국무부 전문(電文)은 당시 6자회담에서 이뤄진 한반도 비핵화 2단계 합의에 미국과 중국이 회의적이었음을 보여준다. 북한 역시 뒤에서 비밀 핵시설을 건조하며 국제사회를 기만했을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작성된 또 다른 전문엔 북한이 우방인 중국과 러시아에도 불만을 품고 6자회담을 거부했다는 내용도 담겨 있었다.
◇비밀 핵시설의 의미=중국이 2008년 상하이 주재 미 영사관에 밝힌 북한의 수중핵시설은 지금까지 밝혀지지 않았던 내용이다. 중국은 이 같은 정보를 토대로 북한이 ‘위험한 시한폭탄’ 같은 존재라고 인식하고 이 문제를 미국과 긴밀히 협의한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내용의 미 외교전문은 당시 전개되고 있던 6자회담과 북한 핵시설 해체 과정이 사실은 북한의 거대한 기만극일 수 있다고 미국과 중국이 의심했던 사실을 기록하고 있다.
북한은 2007년 10월 3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제6차 6자회담 회의서 그해 말까지 모든 핵시설을 신고하고 폐쇄하는 2단계 비핵화 조치에 합의했다. 그 대가로 미국은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하고, 대적성국 교역법적용을 끝내며, 정식수교 절차를 밟기로 했다. 한국 등 나머지 6자회담 참가국들은 100만t의 중유 지원을 약속했다.
북한의 핵시설 신고는 비록 합의보다 일정이 늦춰지긴 했지만 미국과 긴밀한 협의 아래 진행됐다. 북한과 미국은 국제원자력기구(IAEA) 신고 내용과 형식을 논의했다. 2008년 5월엔 성김 국무부 한국담당 과장이 북한을 방문해 이 문제를 협의했고, 6월엔 영변원자로 냉각탑을 폭파하면서 미국 CNN방송 등을 불러 현장을 전 세계에 생중계하기도 했다.
하지만 북한은 미국의 테러지원국 명단 삭제가 늦어지자 그해 9월 핵시설 복구를 선언하고 IAEA 사찰단을 철수시켰다. 이후 미국은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했고, 북한은 지난달 영변의 비밀 핵시설을 공개하는 등 긴장을 높이고 있다.
◇북, 중·러도 불신=지난해 8월 주몽골 미국 대사관이 작성한 외교전문에는 당시 몽골을 방문한 김영일 북한 외무성 부상이 6자회담에 강한 거부감을 나타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당시 북한·몽골 간 연례협의를 위해 울란바토르를 방문한 김 부상은 “일본과 한국은 미국의 동맹인데, 러시아와 중국까지 이들 3자를 지지하면서 북한은 마치 5대 1 상황에 처한 느낌”이라며 “6자회담의 진정한 목적은 북한 정권을 무너뜨리는 것인 만큼 북한은 미국과의 대화만을 원한다”고 말했다.
북한은 또 버락 오바마 정권에서 직접 협상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했다. 김 부상은 당시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억류된 여기자 석방을 위해 방북한 것이 “미국과의 양자 대화 가능성을 높였다”며 “전임 공화당 정권 때에는 관계가 막혔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클린턴과 같은 민주당 소속”이라며 기대감을 피력했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