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못넘은 예산안… 향후 일정도 파행 불가피

입력 2010-12-02 18:20


국회가 헌법이 정한 새해 예산안 처리 시한인 2일을 또 넘겼다. 2003년 이후 8년 연속 불명예 기록이다. 여야는 2일 국회 예산결산특위 계수조정 소위를 가동해 예산안 심사에 돌입했으나 4대강 관련 법안을 둘러싼 힘겨루기로 곳곳에서 파행을 빚었다. 이런 추세라면 9일까지 예산안을 처리해 달라는 정부 측 요구에 맞춰 처리할 수 있을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국토위 ‘친수법’ 파행=국토해양위에선 ‘친수구역 활용에 관한 특별법’(친수법) 상정을 놓고 여야가 충돌했다. 이 법은 한나라당 백성운 의원이 발의한 것으로 공공기관이 4대강 하천 경계로부터 2㎞ 안팎에 있는 지역을 주택과 관광시설 등으로 개발할 수 있도록 한 것이 골자다. 민주당과 민주노동당은 이 법이 의원발의 형식이지만 실제로는 청와대가 요구한 ‘4대강 악법’이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오전 국토위를 소집해 친수법을 처리하려 했다. 이 소식에 민주당과 민노당 의원 10여명이 국토위 전체회의 30분 전부터 위원장석을 점거, 상정 저지에 나섰다. 이에 맞서 한나라당 의원들이 위원장석 진입을 시도하면서 10여분간 고성이 오가고 몸싸움도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친수법을 포함한 1∼92항의 안건을 일괄상정하고 처리한다’는 여당 측 메모가 발견되자 야당은 ‘날치기 시나리오’라며 거세게 항의했다.

◇본회의 놓고 신경전, 여야 속내는=한나라당은 이날 본회의를 열어 국가인권위원회 홍진표 위원 선출안과 2010년 문화예술진흥기금운용계획 변경안을 의결하려 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국토위의 친수법 단독 상정 움직임을 문제 삼으며 본회의를 거부했다. 박지원 원내대표와 부대표단은 본회의 개회 시간 전에 박희태 국회의장을 찾아가 항의하며 시간 끌기 작전을 벌였다. 이 소식에 한나라당 김무성 원내대표가 의장실을 찾아갔고, 여야 원내대표 간 협상을 가졌다. 여야는 ‘이날 본회의는 열지 않되, 3일부터 모든 상임위를 정상화한다’는 데 합의하고 상황을 정리했다.

한나라당 정옥임 원내대변인은 “민주당이 박 의장을 감금해 우리가 또 한번 양보했다”며 “3일부터 상임위를 정상화시켜 국민께 약속한 대로 예산안을 처리하겠다”고 브리핑했다. 6일 예결위에서 예산안을 처리하고, 정기국회 회기 내 예산안을 본회의에서 통과시키기 위해 일종의 명분 쌓기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면 민주당 전현희 원내대변인은 “민주당의 초당적인 협조로 국회 일정이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는데 여당이 나서서 파행으로 만들어 간다”며 한나라당의 책임으로 돌렸다. 특히 여야 합의 없이 한나라당이 강행처리를 시도할 경우 어떤 식으로든 막겠다는 분위기가 강하다. 원내대표 간 의사일정 합의에도 불구하고 ‘친수법은 절대 안 된다’는 입장이어서 예산안 처리 과정에서 추가 파행 사태가 예상된다.

김나래 강주화 유성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