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북 감청 공방, 국민 인내심 시험하려는가

입력 2010-12-02 17:45

우리 정부가 3개월 전 감청을 통해 북한의 연평도 포격 징후를 파악하고도 대책을 세우지 않았다는 주장을 놓고 진실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원세훈 국가정보원장은 1일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북측이 서해 5도에 대한 공격 지시를 내렸다는 내용을 지난 8월 감청을 통해 파악했다”고 말했다고 민주당 의원들이 전했다.

원 원장은 “이런 감청 내용을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고했다”고 말했다고 한다. 원 원장은 “감청을 확인한 후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지 않았느냐”는 의원들의 질문에 “북한이 상시적으로 그런 언동을 해왔기 때문에 민간인에 대한 공격까지는 예상하지 못했다”고 답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원은 파문이 커지자 2일 감청을 통해 포격 징후를 포착한 적도 없고, 따라서 청와대에 보고한 적도 없다고 부인했다. 합동참모본부 관계자도 “서해 5도를 공격할 것이란 첩보를 입수했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다.

잇따른 북한의 도발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정부와 군에 실망한 국민들로서는 차라리 국정원과 합참의 부인이 사실이기를 믿고 싶을 정도다. 만일 민주당 의원들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정부와 군의 무사안일과 직무유기는 국민들로부터 엄중한 비판을 면할 수 없을 것이다.

청와대와 국회는 무엇이 사실인지를 조사해 국민에게 한 점 의혹 없이 밝혀야 한다. 그것이 국민에 대한 도리이자 책무다. 이번 논란을 계기로 국정원, 국방정보본부, 기무사 등 정보당국 간의 대북정보교류가 원활하게 이뤄지도록 조정하는 것도 심도 있게 논의해야 한다.

또한 북한의 연평도 공격 당시 우리 군의 K-9 자주포 응사가 북한에 큰 타격을 주지 못한 것으로 밝혀져 국민들을 실망시키고 있다. 국정원이 공개한 위성사진을 보면 우리 군이 발사한 K-9 자주포 포탄은 북한 포대를 명중시키지 못했다.

특히 35발은 바다, 14발은 논과 밭에 떨어져 포탄만 낭비한 셈이 됐다. 예기치 못한 북한의 포격으로 상황이 급박했음을 감안하더라도 이해할 수 없는 사격 수준이다. 눈을 감고 쏜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오죽했으면 한나라당 김무성 원내대표가 군의 대응자세를 질타했을까.

이런 와중에 북한의 경기도 포격 위협까지 불거져 한반도의 긴장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도쿄신문은 이날 “북한의 연평도 포격 직후인 지난달 하순 북한 인민무력부 정찰총국 간부가 ‘새해가 되기 전 경기도를 목표로 한 새로운 포격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정찰총국 간부가 ‘서해상의 한국 군함에 큰 타격을 가할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고 전했다.

보도가 사실인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북한의 추가 도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준비에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 북한이 오판하지 않도록 총력 대비태세를 유지하고, 공격할 경우 초전박살을 낸다는 결연한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 우리 국민이 북한의 총알받이가 되도록 방치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