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이들 몰리는 ‘테제공동체’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입력 2010-12-02 17:46
“신앙 안에서 하나님 만나기를, 체험하기를 열망하는 것이지요. 다음으로는 자신들을 믿어주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한국뿐 아니라 어느 나라 젊은이나 마찬가지입니다.” 프랑스 테제공동체(The Taize Community)의 신한열(48) 수사가 “테제를 찾는 한국 젊은이들이 얻고자 하는 것은 무엇이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프랑스 부르고뉴 남부에 위치한 테제공동체는 전 세계에서 연간 10만여명의 크리스천 젊은이들이 찾아가는 곳이다. 한국에서도 매년 수백명이 이곳을 찾는다. ‘젊은이들이 모이는 비결’을 찾기 위해 목회자들도 적잖게 방문한다고. 최근 한국을 찾았던 신 수사와의 인터뷰를 통해 매주 금요일 저녁 서울 화곡동 ‘테제공동체 서울’에서 열리는 기도회 체험 등으로 ‘한국교회에 없고 테제에 있는 것’은 무엇인지 알아봤다.
◇테제로 가는 이유=테제는 1940년 스위스 출신의 로제(1915∼2005) 수사가 만든 세계 최초의 개신교 남자수도회다. 종신서약을 한, 세계 25개국 출신 100여명의 수사가 하루 세 번의 기도와 도자기 굽기 등 작업을 하며 살아가고 있다.
매주 2000명 안팎의 ‘젊은이’가 이곳을 찾기 때문에 테제는 이들이 원하는 기간만큼 생활하고 기도와 노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갖춰 놓고 있다. ‘젊은이’라고 지칭하는 이유는 수사들이 방문자들을 ‘손님’으로 대하지 않으려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20∼30대가 대부분이기도 하다. 35세 이상 방문자는 숙소와 노동 등에서 ‘구별됨’을 감수해야 한다. 테제가 젊은이들이 편하게 찾아올 수 있도록 하는 데 중점을 두기 때문이다.
젊은이들은 수사와 마찬가지로 하루 세 번 기도와 노동을 하며 단순한 생활을 한다. 지난해 말 국내에 번역 출간된 ‘떼제로 가는 길’(청림출판)의 저자가 여러 젊은이들에게 “왜 왔는가”를 묻자 대부분 “받아들여진다는 느낌 때문”이라고 답했다고. 종교적 환경에서 교파와 인종, 출신에 상관없이 ‘환영과 용납’을 받는 경험이 난생 처음이라는 대답들이었다. 또 “책임감이 주어지기 때문”이라고도 했다. 자진해서 규칙을 지키고 봉사와 노동을 하면서 자유를 느낀다는 것. 수사들이 자신들을 진심으로 신뢰해 주기 때문이라는 대답도 있었다.
◇침묵과 정적의 경험=테제의 기도회 분위기가 궁금해 지난달 26일 서울 화곡동을 찾아갔다. 화곡시장 옆으로 즐비한 족발 갈비 곱창집 간판 밑을 지나다 오른쪽 골목으로 접어들면 깜짝 놀랄 만큼 어두운 길이 나온다. 거기 유일하게 불을 밝힌 미장원 옆 2층 시멘트 건물이 서울 테제였다.
밖에서 불이 꺼진 듯 보였던 것은 촉수가 낮은 백열등 때문이었다. 오후 7시30분이 되자 먼저 1층 작은 방에 빙 둘러 앉아 노래 연습을 했다. 참석자는 2명의 수사까지 총 12명. 프랑스 테제를 다녀와 이 모임을 알게 됐다는 이들도 있고, 20년 이상 틈날 때마다 참석한다는 이도 있었다. 31년째 이곳에서 생활하며 귀화까지 한 안선재(68·Anthony) 수사가 선창하면 나머지가 따라 불렀다. “우리는 예수님을 바라봅니다. 우리 예수님을 바라봅니다” 식의 짧고 단순한 곡조의 노래가 대부분이다. 모두 프랑스 테제공동체가 만든 곡을 번역한 것이다.
이어서 2층에서 십자가와 성화가 놓인 앞쪽에 촛불만 몇 개 밝힌 채 기도회가 시작됐다. 앞서 배운 노래 몇 곡을 반주도 없이 반복해 불렀다. 부르다 보면 누군가에 의해 화음이 들어가고 돌림노래가 되기도 했다. 미리 정한 순서에 따라 한 참석자가 성경을 읽었다.
그리고 침묵. 완전한 정적 속에서 침묵의 시간은 상당히 길게 느껴졌다. 딴 생각이 들기도 하고 시계를 보고픈 충동도 든다. 10여분 후 다시 노래가 시작되고 자연스럽게 중보 기도가 이어진다. 참석자 일부가 연평도 포격, 중국 선교,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 등에 대해 짧게 기도했다. 신 수사의 기도로 마무리되고 다시 노래와 짧은 침묵기도를 반복하다보니 9시가 훌쩍 넘었다. 잠시 어디 먼 곳을 다녀온 기분이다.
◇자유에 대한 제언=1988년부터 프랑스 테제에서 사역해 오며 한국의 방문자들과 대화할 기회가 많았다는 신 수사는 “한국 젊은이들은 특별히 ‘신앙 안에서의 자유’에 목말라 하더라”고 전했다.
“우리나라는 대체로 청년들을 가르쳐야 할 대상으로 보지요. 그들 스스로도 올바로 판단할 수 있는데 말입니다. 오히려 깨끗한 눈을 가지고 있지요. 그 눈에 올바른 모범을 보이지 못하는 것은 기성세대가 반성할 일인데 우리는 오히려 그들을 속박하려 합니다. 교회가 청년을 대하는 자세도 크게 다르지 않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신 수사는 젊은이들을 환영하고 용납하고 믿어줄 때 비로소 ‘하나님이 주신 자유’를 알려줄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또 자유에 대해 “조금은 느슨하고, 여유롭고, 말하기보다 듣는 가운데서 느껴질 수 있는 것”이라면서 한국교회도 그런 시간을 가져 볼 것을 권했다.
“수요·금요 예배 등 어느 한 부분을 할애해서 짧고 핵심적인 성경 말씀에 대해 깊이 묵상하고 음미하는, 그 가운데 하나님의 말씀을 듣고자 하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요? 지금 한국교회의 통성기도나 역동적인 찬양이라는 장점과 어우러지면 균형을 이루리라 생각합니다.”
황세원 기자 hws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