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혼모 아기도 주님 자녀… 배냇저고리 보내요” 캠페인 펼치는 ‘함께하는 사랑밭’
입력 2010-12-02 17:33
“아이참, 돋보기를 썼는데도 바늘귀가 보이질 않네.”
참석자 대부분이 50세를 넘어 반완성품인 배냇저고리의 마무리 바느질이 쉽지 않아 보였다. 여기저기서 실을 꿰어 달라는 요구에 진행을 돕는 간사들도 덩달아 분주했다. 연말연시를 앞두고 사랑의 온기를 전하기 위해 크리스천 어머니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지난달 25일 오후 2시, 이웃돕기 행사를 마련한 서울 장위동 예수비전교회 교육관. 할머니 권사부터 새댁들까지 20여명의 성도들이 삼삼오오 앉아 있었다. 앞에 놓인 배냇저고리 박스를 호기심에 가득찬 눈으로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이때 행사를 주최한 ‘함께하는 사랑밭(이하 사랑밭)’의 박윤미 팀장이 ‘미혼모 아기에게 배냇저고리 보내기’ 캠페인의 내용과 배냇저고리 만드는 법을 소개했다.
올 8월 시작된 배냇저고리 후원 캠페인은 미혼모와 아기를 위한 참여형 기부 프로그램이다. 수혜자는 저소득, 희귀난치병, 장애 등으로 어려운 이들이다. 참여자는 배냇저고리 제작 키트(2만원)를 구매해 배냇저고리를 직접 제작, 기증한다. 사랑밭은 완성된 배냇저고리와 키트 판매 수익금으로 미혼모를 돕는다.
‘왜 하필 미혼모들을 위해 배냇저고리 만드는 일을 시작했을까’란 의문은 박 팀장이 보여준 짧은 영상 속에 답이 있었다.
김영은(가명)씨는 9세 때 이웃 아저씨에게 성폭행을 당했다. 주위에서 김씨의 말을 들어주는 사람이 없었다. 17세에 아는 사람에게 속아 티켓 다방에 팔려간 후 성매매업소를 전전했다. 성매매업소에서 나와 최근에 낳은 딸까지 남매를 홀로 키우고 있다.
“딸아이는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란 노래만 들으면 울다가도, 자다가도 방긋 웃어요. 배냇저고리 하나 사주지 못했는데…. 가난 때문에 낙태하려고 했어요.”
한 달에 20만원도 채 안 되는 정부 보조금으로 생활하는 김씨는 분유 한 번 먹일 여유도 없다.
영상을 보던 황규석(54) 집사의 눈에 눈물이 맺혔다. 교회 관리 집사인 황씨는 평소 미혼모를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씁쓸하고 슬프고 그들의 환경이 너무 가슴 아프다”며 “이름도 얼굴도 모르지만 자식을 향한 사랑이 우리를 향한 예수님의 마음 같아 한 땀 한 땀 정성을 담았다”고 말했다.
예수비전교회의 배냇저고리 보내기 운동 참여는 나평안(30) 강도사가 주도했다. 나 강도사는 지난 10월 기독교사회복지엑스포에서 이 캠페인을 알게 됐다. 그는 “마태복음 25장의 헐벗고 가난한 이웃을 도우라는 말씀처럼 어렵고 힘든 이웃을 돕는 소명을 받았다”며 “교회는 우리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이웃을 보듬는 장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교회 광고 보고 그냥 후원금 2만원만 내고 말까 하다 직접 참여한 조순이(56) 권사. 그는 “생명을 소중히 여기고 기르는 게 기특하고 대견하다”며 “우리가 기도를 더 많이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조 권사는 배냇저고리를 완성한 후 ‘이 세상 어떤 생명도 하나님의 섭리와 주권 속에 있음을 기억하시고 평안과 위로를 누리시기를’로 시작하는 편지를 함께 포장했다. 그는 편지에 “당신이 어떤 사람이든 하나님에게는 귀하고, 사랑스럽고. 안쓰럽고 소중한 자녀입니다”라는 격려의 말을 담았다.
‘배냇저고리 보내기’ 캠페인은 개인 및 단체참여가 가능하다. 기업, 학교, 교회 등에서 신청시 해당 기관을 방문, 교육 및 체험봉사를 직접 진행한다. 희망자에게는 자원봉사활동확인증을 발급해 준다.
사랑밭은 1987년 설립됐다. 제도상의 문제로 정부나 기관으로부터 도움을 받지 못하는 이들을 찾아가 자립의지를 심어주고, 새로운 삶을 찾아주는 데 헌신하고 있다. 사랑밭은 현재 무의탁 노인과 중증환자를 위한 ‘즐거운집’과 결손가정 어린이를 돌보는 ‘해피홈’ 등을 운영 중이며 연말캠페인으로 연탄나눔행사와 화상환자돕기 이벤트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02-2612-4400·withgo.or.kr).
최영경 기자, 신재범 인턴기자 yk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