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에서―노석철] 중국이 북한 편드는 이유

입력 2010-12-01 18:52


북한이 연평도 포격을 했을 때 기자는 베이징의 중국 외교부를 방문 중이었다. 한·중 중국 전문가들에게 중국의 전반적인 상황을 듣는 프로그램의 일환이었다. 당시 포격이 이뤄졌다는 갑작스런 소식에 중국 외교부 청사는 크게 술렁였다. 이어 훙레이 대변인은 “현재의 상황에 우려하고 있고, 관심을 표시한다”는 코멘트를 했다. 다음날엔 “인명과 재산 피해에 대해 유감을 표명한다”는 다소 진전된 성명을 내놨다. 현지에서는 “중국이 이번에는 북한의 무모한 행동에 단단히 화가 났을 것이다” “미국 항공모함이 서해에서 연합훈련을 한다는 소식에 중국은 뒤통수를 맞은 기분일 것”이란 식의 추측이 나왔다. 그뿐이었다.

중국 정부는 고도의 냉정함을 유지했다. 오히려 관영 CCTV는 한국인 입장에서 억울한 보도를 계속해 혼란스러웠다. CCTV는 연평도 교전발생 사실과 북한 측 반응을 반복적으로 보도했다. 중국 정부의 입장이나 견해를 배제한 ‘사실보도’ 형태였다. 하지만 ”남측이 먼저 포사격 도발을 해 군사적 대응조치를 취한 것“이라는 식의 북측 주장이 반복 보도되면 중국 사람들은 연평도 사건을 남한의 잘못으로 받아들이지 않을까 걱정이 앞섰다. 아니나 다를까. 한국에서는 중국이 북한 편을 든다는 불만이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그러나 현지에서 만난 중국 전문가들은 “한반도 분쟁 시 중국이 남한 편에 서주길 기대하는 것은 중국을 모르기 때문”이라고 잘라 말했다. 중국인의 성향과 중국 정부가 생각하는 국익을 따져보면 북한을 배려하는 것은 당연한 행보라고 했다. 그 이유로 3∼4가지 근거를 제시했다.

우선 중국인들의 성향으로 난득호도(難得糊塗·어수룩한 척하기도 어렵다)란 사자성어를 거론했다. 자신의 실력이나 총명함을 감추고 어수룩하게 행동한다는 의미다. 겉과 속이 다르고 속내를 쉽게 드러내지 않는 중국인의 처세술과 통한다. 중국은 한국과 경제적으로 긴밀한 관계지만, 북한의 지정학적 중요성도 절대 무시할 수 없는 처지다. 그래서 북한이 말썽을 부려도 대놓고 비난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런 중국에 “왜 북한을 압박하지 않느냐”고 항의해도 듣지 않을 것이란 취지다.

둘째 한반도에서 중국의 우선 관리대상은 북한이라고 분석했다. 중국은 여러 나라와 국경을 맞대고 있어 분쟁소지가 있고, 소수민족 문제도 신경 쓰이는 부분이다. 이런 조건에서 경제성장을 이뤄야 하는 중국 입장에선 북한이란 뇌관이 터지지 않도록 관리하는 게 최선이다. 철저하게 자국의 이익에 초점이 두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이 핵개발을 하고, 3대 세습을 시도하는 골칫덩어리지만 중국입장에선 한반도에서 분쟁이 일어나지 않으면 된다는 해석도 나왔다.

다음으로 미국의 잠재적 위협을 들었다. 중국은 본토와 대만이 분리되고, 댜오위다오(일본명 센카쿠열도)를 일본에 빼앗긴 게 미국 책임이란 인식이 여전하다. 이를 두고 한 중국 측 인사는 “중국에 대한 미국의 주권침해”라는 표현도 썼다. 이런 맥락에서 중국은 미국과 동맹관계인 대한민국보다는 북한에 군사·외교적 중점을 둘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중국 언론이 북한을 두둔하려는 것도 이런 인식이 작용하지 않았을까.

중국은 이런 이유에서 북한이 아무리 말썽을 부려도 감싸는 듯하면서 철저한 실리위주의 외교정책을 펴고 있는 셈이다. 남북이 대치하는 동안에도 중국은 북한의 나진·선봉 지역을 뚫고 동해로 진출하려는 계획도 차분히 진행 중이다. 한 교수는 이를 북한에 시장경제를 침투시키는 ‘극약처방’이자 중국의 이익도 챙기는 상수(上手)라고 해석하기도 했다. 반면 지금처럼 남북 대화채널이 끊기면 남한은 급변상황에서 북한을 관리할 능력이 없고, 중국과 미국의 힘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된다고 우려했다. 한국전쟁 발발 전 남북 간 대화가 오랫동안 끊겼던 상황과 비교해 한반도가 극한 상황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섬뜩한 분석도 나왔다. 물론 이들의 분석이 친중국적 성향 때문이라고 치부해버릴 수도 있지만, 흘려들을 얘기는 아닌 것 같다.

노석철 사회부 차장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