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변재운] 홍준표의 ‘거침없이 하이킥’
입력 2010-12-01 18:53
한나라당 홍준표 의원이 현 정부 안보라인의 병역 미필자 정리 필요성을 역설했다. 지난 2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병역의무 이행 여부가 대북 정보능력의 척도는 아니지만 안보관계 장관이나 참모만이라도 병역 면제자는 정리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네티즌들이 안보관계 참모들의 병역 면제를 거론하며 조롱하고 있다”면서 “국민의 안보 불신은 이런 점에서 출발한다”고 덧붙였다.
한마디로 현 정부의 가장 취약한 아킬레스건을 건드린 것이다. 그것도 노골적으로 ‘정리’라는 표현까지 썼다. 당연히 당내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포퓰리즘 발언” “불난 집에 부채질한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그게 아니더라도 홍 의원은 이미 한나라당 내에서 논란 메이커다. 부자감세 철회를 주장하고, 대포폰 재수사를 촉구하는가 하면 서민정책특위 위원장을 맡으면서는 깜짝 놀랄 대책을 쏟아냈다. 은행 영업이익의 10% 서민대출, 기업형슈퍼마켓(SSM) 관련 법안 추진, 대학 등록금 원가 공개, 대기업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 등 파격적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다. 김무성 원내대표가 당의 정체성과 맞지 않는다며 제동을 걸자 “서민정책의 본질은 시장경제를 제한하는 것”이라고 맞받아쳤다. 당이 도와주지 않으면 야당, 시민단체와 연대하겠다고 위협한다.
혹자는 그가 정치적 입지를 높이기 위해 서민특위를 만들어 무리수를 두고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홍 의원은 이미 지난 2005년에도 1인당 소유주택을 1채로 제한하는 법안을 추진했었다. 그의 행보를 그저 ‘쇼’라고 치부하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색깔론으로 편 가르기를 좋아하는 사람들 기준으로 보면 그는 완전히 좌파다. 실제로 홍 의원은 언론 인터뷰 등에서 “다소 성장이 더디더라도 함께 가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전형적인 진보진영 논리를 설파했다. 자신에 대한 좌경화 지적에 대해서는 “서민과 함께 하는 것이 참보수”라고 반격한다.
그는 최근 한 인터넷언론 창간 축사에서 “중요한 것은 좌, 우가 아닌 지도자 계층의 의무이행”이라고 강조했다. 사실 좌, 우는 정치인들의 놀음일 뿐이지 국민들에게는 무슨 소용이겠는가. 그의 말에 고개를 끄떡이는 사람이 많을 듯싶다.
홍 의원의 이 같은 행보는 실현가능성 여부를 떠나 한나라당의 ‘부자정당’ 이미지를 불식시키는 데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서민정당을 자임하는 민주당은 영역을 침범하는 홍 의원이 얼마나 미울까.
변재운 논설위원 jwb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