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회장 서초동 사옥 첫 출근… “빠르게 다가오는 새로운 10년, 더욱 긴장해야”
입력 2010-12-01 22:06
“21세기의 새로운 10년이 곧 시작됩니다. 과거보다 더욱 빠르게 다가오는 10년을 대비하려면 더욱 긴장해야 합니다.”
2년여 만에 회사로 출근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특유의 위기의식을 내세우며 ‘스피드 경영’을 강조했다.
이 회장이 1일 오후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 회장의 출근은 서울 태평로의 삼성본관 사옥이 서초동 삼성타운으로 이전한 2008년 10월 이후 처음이다. 이날은 이 회장이 23년 전 고 이병철 회장의 뒤를 이어 삼성그룹 회장 자리에 오른 날이기도 했다. 그의 출근 소식에 기자들이 수십명 몰려들었다. ‘자랑스러운 삼성인상’ 수상식에 참석하기 위해 삼성전자 1층 로비에 들어선 이 회장은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경영구상과 조직개편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일부 내비쳤다.
이 회장의 첫마디는 “앞으로 종종 회사에 나오겠다”는 것이었다. 회사 관계자들은 그의 발언 중 ‘앞으로 종종’에 방점을 찍었다. 회사 주요 현안을 이 회장이 직접 챙기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인다는 뜻이다. 이 회장은 삼성 특검으로 회장직에서 물러나기 전에도 회사에 자주 나오지 않았다. 주로 한남동 승지원에서 회사 업무를 챙기면서 일상적인 경영 현안은 사장단에 위임하는 스타일이었다.
인사와 조직, 신사업구상과 투자 등 주요 현안을 이 회장이 직접 챙길 경우 보다 과감한 결정이 이뤄질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그는 새해 구상과 경영 전략을 묻는 질문에 “21세기의 10년은 옛날보다 빠르게 다가온다”며 “더욱 정신을 차리고 열심히 해야 한다”고 위기의식을 또다시 강조했다.
사장 승진이 내정된 외아들 이재용 부사장의 역할에 대한 질문을 받고는 “자기 능력껏 할 것”이라면서 “지금보다는 폭이 넓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삼성 안팎에서는 이 회장이 아들 재용씨에게 구체적인 사업부를 맡기기보다 삼성전자와 그룹 전체를 총괄하는 자리에 앉힐 것이라는 예상을 하고 있다. 이달 중으로 예정된 그룹 임원 인사 시기에 대해서는 “되도록 빨리 하겠다”고 말했다.
전석운 기자 swc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