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 농장주 입국시 ‘소독’ 불응… 당국의 지시 묵살 드러나, 구제역 발생 원인 추정
입력 2010-12-01 21:39
최근 경북 안동시에서 발병한 구제역의 감염 원인으로 추정되는 지역 돼지농장 주인 권모씨가 해외에서 입국 시 ‘소독에 응하라’는 당국의 지시를 무시한 것으로 1일 확인됐다.
권씨는 지난달 3일 베트남으로 출국해 7일 귀국했다. 베트남에서는 권씨의 방문 전인 10월 24일 구제역이 발생했다. 따라서 권씨에 의해 구제역이 전파됐을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유정복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은 이날 국회 농림수산식품위원회에 참석해 “베트남에서 귀국하는 권씨에게 연락해 공항에서 구제역 검사 및 소독을 받을 것을 통지했으나 권씨가 불응했다”고 밝혔다.
유 장관은 그러나 “권씨가 이번 구제역의 원인인지 여부는 추가 조사해야 정확히 알 수 있다”며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강봉균 의원은 “권씨가 당국의 소독 지시에 따르지 않았는데도 처벌할 규정이 없다”며 정부에 처벌규정 마련을 요구했다.
한편 경북도는 지난 29일 안동에서 발생한 구제역으로 큰 피해가 예상된다. 당장 전국 점유율 24.2%와 14.8%를 차지하는 한우와 돼지 등 경북 지역 축산업의 타격이 불가피하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구제역이 수차례 발생했지만 경북 지역에서는 단 한 차례도 발생하지 않아 그동안 청정지역으로 불렸던 것이 오히려 독약으로 작용했다. 구제역과 무관했던 탓에 느슨했던 방역당국은 막상 질병이 발생하자 치명적인 허점을 보였기 때문이다.
축산농가들은 “구제역 발생지인 안동의 모 농장에서 돼지가 의심증상을 보인 것은 지난 26일인데 살처분 조치는 3일이 지난 29일 시작돼 당국의 초기대처가 극도로 소홀했다”고 비판했다. 지난 26일 한 축산농가에서 “새끼 돼지가 사료를 안 먹는다”고 신고했으나 현장 간이키트 검사에서 구제역 음성 판정이 나온 탓에 축사 관리자와 돼지의 이동제한 조치는 다른 농가에서 의심증상을 나타낸 28일에야 내려졌다. 한나라당 정해걸 의원은 “구제역이 발생한 농장 주인 권씨가 다른 곳에서 운영하는 축산시설이 초기 방역대상에서 제외된 것도 결과적으로 방역 실패의 주요 원인이 됐다”고 지적했다. 제주도가 지난 6월 국외 여행자의 축산사업장 출입을 금지한 데 비해 권씨의 경우처럼 경북도는 이런 조치를 하지 않은 점도 구제역 대응이 미흡했음을 여실히 보여줬다.
경북도는 축산농가들을 대상으로 소독과 살처분을 실시하고 있지만 여기에 필요한 약품과 기구, 장비 수급에도 차질을 빚고 있다. 농민들은 “구제역이 발생한 타 지역에서는 하루 만에 2만 마리를 살처분해 땅에 묻었는데 이번에는 하루 1000∼2000마리에 지나지 않는 등 대응속도가 더디기만 하다”고 주장했다.
노용택 기자, 안동=김재산 기자 ny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