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키리크스 외교문건 공개] 망명한 北고위관리는 누구… “해외공관·노동당 간부급” 소문

입력 2010-12-01 18:27

해외 근무 중이던 다수의 북한 고위관리가 한국으로 망명했다고 미국 웹사이트 위키리크스가 폭로함에 따라 이들이 누구인지를 두고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정부 유관 부처와 정보 당국은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다만 유명환 전 외교통상부 장관이 지난 1월 중순 방한한 로버트 킹 미국 대북인권특사에게 이 같은 사실을 알린 뒤 10개월이나 지난 점을 고려하면 김정일 국방위원장 일가나 노동당 최고위급 인물이 망명한 것은 아니라는 관측이다.

정부 관계자는 1일 “거물급이면 벌써 소문이 났을 것”이라며 “폭로 이후 정부 내에 특별한 동향은 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해외 공관의 간부급 외교관과 노동당 중간 간부급 인물 등이 국내에 들어와 있다는 소문도 나온다.

하지만 해외에 근무할 정도의 엘리트라는 점에서 이들이 상당한 정보를 갖고 있을 수 있다. 고위급은 국내에 들어올 경우 일반 탈북자 교육기관인 하나원으로 가지 않고, 국가정보원의 비공개 보호대상으로 분류된다. 통일부에 따르면 1948년 정부 수립 이후 국내에 입국한 탈북자는 2만명을 넘어섰지만, 이 중 국정원 보호대상은 10% 미만이다.

유 전 장관의 말대로 복수의 북한 외교 관리들이 남한으로 망명을 했다면 이는 김정은 후계체제와 맞물린 ‘탈북 러시’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94년 김일성 주석이 사망한 이후 98년 김정일 체제가 출범하기 전에도 북한 고위급 인사들이 대거 탈북한 적이 있다. 97년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의 망명이 대표적이다. 특히 해외 공관에는 핵심 실세들의 자녀가 근무 중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들의 탈북은 3대 세습을 앞둔 북한 지도부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엄기영 기자 eo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