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키리크스 외교문건 공개] 외교전문 신뢰도는… “내용 사실이더라도 정보가치 판단 신중해야”
입력 2010-12-01 18:27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외교전문(電文·cable)의 정보가치는 어느 정도일까. 한국과 미국 정부가 적절한 대응방법을 찾지 못하면서 점차 사실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이지만 우리 외교가의 반응은 다소 회의적이다.
외교통상부의 한 대사급 외교관은 1일 “전문 내용 자체는 사실일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위·변조된 전문이 아니라면 실제 우리 외교 당국자의 입에서 나온 발언일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다만 “정보로서의 가치는 발언이 나오게 된 맥락 등을 고려해 신중하게 판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외교전문은 외교관들이 주재하는 국가의 정부 관계자 등과 접촉 후 본국에 보고하는 문서다. 접촉의 형태는 공식 회의는 물론 사적인 술자리, 가족 단위의 만남 등 다양하다. 서로 더 많은 정보를 얻어내기 위해 친한 친구처럼 편안한 분위기를 조성하려고 노력한다. 접촉 후 외교관들은 기억을 되살려 전문을 작성한다. 접촉 내용을 잊지 않기 위해 화장실에서 몰래 메모를 하는 등 갖가지 방법이 동원되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정보가 왜곡될 개연성이 있다. 개인의 기억에 의존해야 한다는 점 외에도 상대가 해당 사안을 과장하거나, 근거 없는 풍문을 언급하거나, 개인적인 소견을 입에 담을 수 있다. 또 어떤 의도를 가지고 역 정보를 상대국에 흘려보는 경우도 배제하기 어렵다.
외교부 관계자는 “전문은 국가별로, 외교관 스타일별로 차이가 있다”면서 “사실 위주로 건조한 문체로 작성된 전문이라도 근본적으로 개인 의견이 반영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본부에서는 외교관들이 보내오는 전문을 하나의 참고 자료로만 활용한다고 한다. 미국 국무부의 경우 하루에만 수만 건의 전문이 접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 관계자는 “전문을 작성해 보내는 것과 본부에서 정보들을 취합해 의미를 부여하는 일은 전혀 다른 차원의 작업”이라고 말했다.
특히 해당국의 정세를 판단할 때 전문의 역할이 그리 크지 않다고 이 관계자는 덧붙였다.
이번에 공개된 전문에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사망 이후 북한 붕괴 시점 등이 언급돼 있지만, 실제 한·미 정부의 판단은 상황에 따라 수시로 변한다는 얘기다.
다만 외교 당국자들의 ‘가벼운 입’에 대한 비판은 면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정부 소식통은 “국민의 안위를 책임진 외교안보 고위 공직자들이 지극히 중요한 얘기를 너무 쉽게 얘기한 측면이 있다”면서 “공직자들의 근무기강을 점검해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