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복통앓던 女兒 병원 전전하다 숨져

입력 2010-12-01 18:16

A대학병원 “소아 전문의 없다”

B대학병원 “파업이라 수술 못한다”


장의 한 부분이 안쪽으로 말려 들어가는 ‘장중첩증’을 앓던 어린이가 휴일 날 대구에서 치료받을 병원을 찾아 전전하다 경북 구미의 한 병원에서 숨진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대구 달서구에 사는 조모(34·회사원)씨는 지난 21일 오전 4살짜리 딸이 감기 증세를 보이다 급기야 먹은 음식을 토하자 오후 4시30분쯤 가장 가까운 A대학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하지만 이 병원 응급실 당직 의사는 소아전문의가 없다며 다른 병원으로 가라고 권했고 조씨는 다른 대학병원 몇 곳에 전화를 걸어본 뒤 “와도 좋다”고 답한 B대학병원으로 딸을 데리고 갔다.

그런데 이번에는 B병원 응급실 당직 의사가 “장염이거나 장중첩증일 수 있지만 초음파 검사 장비가 없고 파업 중이어서 모든 의사가 간호사 업무를 하고 있는 데다 원칙적으로 수술이 안 된다”며 다른 병원으로 갈 것을 권유했다. 결국 조씨의 딸은 B병원 인근 한 개인병원에서 부랴부랴 검사를 받은 결과 장중첩증이란 진단과 함께 수술이 시급하다는 소견을 받았지만 이젠 치료받을 곳이 막막했다.

전화해 본 다른 대학병원이나 종합병원에 모두 소아전문의가 없다는 답변이 돌아오자 조씨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오후 늦게 전문의가 근무한다는 구미의 C병원까지 찾아갔다. 하지만 딸은 치료 도중 장파열과 그에 따른 쇼크로 이튿날 새벽 끝내 숨을 거뒀다.

조씨는 “메디시티, 첨단의료복합단지를 내세우는 대구에서 휴일이라는 이유로 아이를 봐줄 병원 하나 찾을 수 없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그 시간에 서울로 가지 못한 것이 두고두고 후회스럽다”고 한탄했다.

대구=김재산 기자 jskimkb@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