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주민, 100억 유산 걸린 친자소송 첫 승소
입력 2010-12-01 22:03
북한 주민 4명이 100억원대 유산 상속이 걸려 있는 친자확인 소송에서 승소했다. 북한 주민이 낸 친자확인 소송에 대한 선고가 이뤄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가정법원 가사5단독 이현곤 판사는 1일 북한 주민 윤모씨 등 4남매가 “남한에서 사망한 남성이 친아버지임을 인정해 달라”며 검찰을 상대로 낸 친생자관계 존재 확인 청구 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윤씨 등과 6·25 때 월남한 큰딸, 남한에서 태어난 이복동생의 DNA 감정 결과 동일 부계(父系)의 자녀들인 사실이 확인되고 감정 당시 제출한 모발과 손톱 샘플이 이들로부터 채취되지 않았다고 의심할 만한 정황도 없다”고 밝혔다.
이어 “헌법상 북한도 대한민국의 영토이고 사건 청구도 남한 내에서의 친자관계를 법적으로 확인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대한민국 법원이 재판 관할권을 가진다”고 덧붙였다.
윤씨의 아버지는 1933년 결혼해 2남4녀를 뒀지만 한국전쟁 당시 큰딸만 데리고 월남했다. 그는 59년 재혼해 다시 네 자녀를 더 낳았고 병원 운영으로 상당한 재산도 축적했지만 뇌출혈 끝에 87년 사망했다.
윤씨의 큰누나(고인과 월남한 큰딸)는 동생들 생존 소식을 듣고 북한을 왕래하는 미국인 선교사를 통해 동생들의 소송 위임장과 모발 및 손톱 샘플, 공민증 등 영상자료를 전달받아 지난해 2월 소송을 제기했다.
윤씨 등이 친자로 인정받으면서 “100억원이 넘는 유산을 나눠 달라”며 남한의 새어머니와 형제자매들을 상대로 낸 민사소송에서도 승소할 가능성이 커졌다. 또 유사소송이 잇따르면서 남한의 이산가족들이 북한의 이복 형제·자매들과 유산 분쟁에 대거 휘말릴 가능성도 제기된다. 현재 대한적십자사에 등록된 이산가족 수는 12만8000여명이다.
법무부는 이에 따라 북한 주민들이 상속·증여받는 남한 재산의 국외 유출을 방지하는 내용의 특별법을 마련해 내년 상반기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이 법안은 북한 주민에게도 남한 주민과 동등한 상속권과 상속 지분을 인정하면서, 남한 재산을 상속받은 북한 주민은 반드시 재산관리인을 선임토록 하고 있다. 또 상속 재산을 처분하려면 재산관리인이 법무부 장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북한 당국이 주민의 상속 재산을 무차별로 징발할 수 있는 위험을 막는 장치다. 다만 생계유지나 질병치료 등 인도적인 차원이라면 허가를 받아 일정 한도의 돈을 북한으로 반출할 수 있다.
안의근 기자 pr4p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