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제가 팔자가 세서…”

입력 2010-12-02 00:35

서울서부지검 형사5부(부장검사 이원곤)는 한화그룹 비자금 의혹과 관련, 1일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검찰 관계자는 “김 회장에 대해 수사할 내용이 많다”면서 “앞으로 수차례 더 소환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이날 오후 1시50분쯤 청사에 도착, 9시간20여분에 걸친 검찰 조사를 마친 뒤 오후 11시12분쯤 귀가했다. 김 회장은 2002년 대한생명 인수 로비와 2007년 ‘보복폭행’ 사건에 이어 또다시 수사받게 된 심정을 묻자 “제 팔자가 세서 그런 거 아니겠느냐”고 답한 뒤 조사실로 향했다.

검찰은 김 회장을 상대로 계열사를 동원한 관계사 부당 지원 및 수천억원대 비자금을 운용한 경위 등을 추궁했다.

김 회장은 “계열사를 동원한 자금지원은 구조조정 차원에서 적법하게 이뤄졌으며, 차명재산은 미신고 유산이 오해를 받았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사를 마치고 나온 김 회장은 검찰의 사법처리 방침과 관련해 “제가 판단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검찰은 2002년부터 올해 2월까지 한화그룹 재무팀장과 CFO(최고재무책임자)로 근무한 홍동옥 여천NCC 사장에 대해 그룹 비자금을 운용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등)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에 따르면 홍 사장은 차명계좌 348개와 그룹 관계사 12곳, 현금, 채권 등을 통해 수천억원대의 비자금을 관리하고, 부실화된 부평판지와 한유통, 웰롭 등 협력업체 3곳에 대한 지급보증과 자금지원을 계열사에 지시해 그룹에 9009억원의 피해를 준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홍 사장이 부실 협력사를 합병·유상증자·회계분식 등의 수법으로 ‘기업 세탁’한 뒤 한 곳을 김 회장 일가에 헐값으로 매각한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룹 측은 이러한 내용에 대해 “계열사를 동원한 자금지원은 9000억원대가 아닌 3000억원 정도이고, 차명계좌 수도 348개가 아닌 60여개 수준”이라며 “위법성 여부는 법원에서 충분히 소명될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김 회장이 홍 사장에게 비자금 조성·운용이나 각종 불법행위를 직접 지시한 정황이 확인되면 배임 등 혐의로 사법처리할 방침이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