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연평도 도발] “김정은, 11월초 포격 지시… 충분히 준비한 예정된 공격”

입력 2010-12-01 21:45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은 김정은이 준비했으며, 그를 단시일 내에 절대적인 지도자로 각인시키려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계산된 의도에서 비롯됐다는 해외 언론들의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1일 김 위원장의 후계자 김정은이 지난달 초 이미 북한군에 연평도 포격 준비를 시킨 것으로 보인다고 북한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 신문은 “지난달 초 ‘적의 도발 행위에 언제라도 반격할 수 있는 태세를 갖추라’는 김정은의 이름으로 된 지령이 북한군 간부들에게 하달됐다”고 전했다. 한 북한군 관계자는 연평도 포격에 대해 “예정됐던 행동이며 충분한 기간 동안 준비해 왔다”는 말도 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이 같은 정황을 감안할 때 북한군은 김정은의 명령을 받고 한국군에 대한 공격 기회를 찾고 있었으며, 한국군의 사격훈련을 구실로 포격을 감행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신문은 추정했다.

신문은 또 “북한군 내부에 김정은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있어 ‘강력한 지도자’ 이미지 확립을 서두를 필요가 있었다”는 소식통의 말을 전했다. 신문은 (북한이) 군에 대한 단속책으로 1일부터 향후 반년에 걸친 이례적인 군사훈련을 전군에 걸쳐 실시한다는 정보도 있다고 보도했다. 이어 “북한이 국영매체를 총동원해 김정은을 신격화하기 위한 선전을 전개했음에도 국민 사이에 김정은과 현 정권에 대한 불만이 확산되자 국내 단결을 강화하기 위해 연평도를 포격했다는 소문도 있다”는 또 다른 소식통의 얘기도 덧붙였다.

북한은 계속 도발하는 남측에 본보기를 보여주기 위해 김정은으로 하여금 연평도를 포격토록 했다는 식으로 주민들에게 선전하고 있다고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이 전했다. 평안북도의 한 간부소식통은 RFA에 “강연회나 인민반 회의에서 ‘적들의 계속된 도발책동에 김정은 대장이 본때를 보여준 것’이라고 선전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우리(북한)가 먼저 공격했다는 건 중학교 아이들도 다 안다”고 밝혔다.

RFA는 이어 복수의 북한 내부 소식통을 인용, “북한이 연평도를 공격한 건 미국도 함부로 건드릴 수 없는 배짱과 전략을 지닌 영도자가 김정은이라는 점을 내세우기 위한 것”이라며 “이는 주민들의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으려는 김정일 위원장의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RFA는 또 “남한 군의 대응 포격으로 북한 군부대 막사와 장교 집, 민간 주택 등이 상당수 파괴됐지만 주민들을 미리 대피시켜 민간의 인명피해는 전혀 없었다”고 전했다. 이어 “북한은 민간 시설을 공격할 수 없다는 점을 악용해 유사시 적의 공격을 받을 수 있는 모든 군사시설과 군수공장 등을 주민거주지역에 둔다”며 “이번에 민간 주택이 많이 파괴된 것도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동재 선임기자 dj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