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키리크스 외교문건 공개] “무엇을 위한 폭로냐” 도마 오른 언론의 자유
입력 2010-12-01 18:08
美 ‘국가안보 VS 공익’ 논쟁 촉발
“민주사회에서 언론의 자유는 어디까지인가.”
폭로전문 웹사이트 위키리크스의 미국 기밀문서 폭로 사태가 언론·출판의 한계와 역할에 대한 근본적 논의를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미국 일간 유에스에이투데이(USA Today)가 1일 보도했다. 논점은 이번 기밀문서 폭로가 공익에 득이 될지, 국제 관계를 어렵게 하고 대테러전을 더욱 혼란에 빠뜨릴 것인지다.
이에 대한 미국 정부의 입장은 단호하다. 세계 안보 관점에서 볼 때 ‘국제적 공익을 해치는 행위’라는 시각이다.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은 “선량한 사람들을 위험에 빠뜨리는 건 칭찬받을 행위가 아니며 국가 간 평화로운 관계를 방해하는 건 용감한 행위가 아니다”고 비난했다. 또 “역사 속에서 정부 관계자나 기관들의 공적인 행위가 비리나 비행을 폭로한다는 명분 하에 공개된 적이 있었지만 이번 사태는 그런 상황이 아니다”고 못 박았다.
이라크전과 아프가니스탄 전쟁 관련 문건 공개 때와는 달리 이번엔 미 정부에 동조하는 기류가 다소 우세한 형국이다.
우드로 윌슨 국제문제센터의 애런 데이비드 밀러는 “이번 사태는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국가적 이미지를 훼손했다”며 “그것은 우리를 약해 보이게 하며 위키리크스는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은 채 문제점만 노출시켰다”고 지적했다.
미 보수 성향 싱크탱크인 헤리티지재단의 제임스 카라파노 연구원은 “위키리크스가 미국 정부의 비리를 노출시킨 게 아니라 중요한 의제들에 대한 미 정부의 노력을 위험에 빠뜨린 꼴”이라며 “명백하게 공익을 위한 행위가 아니었다”고 평가했다.
언론의 자유를 강조해 온 진보 진영은 이번에도 ‘공익’을 위한 행동이었다고 옹호하고 나섰다. 하지만 목소리는 다소 낮아 보인다.
미국 과학자연맹(FAS)의 정부기밀 프로젝트 책임자 스티븐 애프터굿 소장은 “이번에 공개된 문건에서 북한이 이란의 핵 프로그램을 지원했다는 등 공익에 도움이 될 만한 내용도 포함됐다”고 분석했다. 다만 “동시에 잠재적으로 매우 큰 타격이 될 수 있는 외교전문이 유출됐고 그것은 매우 파괴적일 가능성이 높다”며 “외교 협상을 공개적으로 진행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번 외교전문 폭로에 관여한 뉴욕타임스(NYT)는 “기밀문서 공개는 중대한 공공의 이익에 부합하고 미국 외교의 목표들과 성공, 타협과 좌절을 그 어떤 자료보다도 잘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위키리크스가 추가 폭로를 예정하고 있어 ‘국가안보 대 언론의 자유’ 논쟁은 지속될 전망이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