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겨울밤 순수의 음악에 빠져들다… 소프라노 이네사 갈란테, 국민일보 22주년 기념 내한공연
입력 2010-12-01 22:02
소프라노 이네사 갈란테가 한해의 마지막을 알리는 12월 첫날을 청명한 소리로 적셨다. 그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노래를 듣는 객석은 뜨거웠다.
국민일보 창간 22주년 기념 공연으로 개최된 소프라나 이네사 갈란테 내한 공연이 1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렸다. 공연장은 공연 시작 전부터 객석을 가득 메운 관객들로 성황을 이뤘다. 오후 8시 객석에 불이 꺼지고 갈란테가 관객들의 박수를 받으며 입장했다. 한국어로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말을 건넨 그는 무대에 서서 첫 번째 곡인 프랑크의 ‘생명의 양식’으로 무대를 열었다.
갈란테의 서정적인 목소리는 여성지휘자 여자경이 이끄는 프라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화려한 화음과 절묘한 조화를 이뤘다. 헨델의 오페라 ‘리날도’ 중 ‘날 울게 하소서’를 부르며 객석을 달군 그는 대표곡이라고 할 수 있는 줄리오 카치니의 ‘아베마리아’로 객석을 숙연하게 만들었다.
‘아베마리아’는 이날 공연에서 단연 하이라이트였다. 때로는 낮게 읊조리듯 때로는 간절함을 담은 듯한 그의 소리는 때묻지 않은 순수함으로 기도하는 여인의 느낌이었다. 그는 노래를 풍성하게 하려고 기교를 부리지 않았다. 하지만 청명한 고음으로 카타르시스를 향해 달려가는 그의 노래는 부드럽게 마음을 적셨다. 전반적으로 대중들이 한두 번쯤 들어본 익숙한 곡을 레퍼토리로 골라 관객의 집중도를 높였다.
갈란테는 2부에서 오페라 곡으로 기량을 뽐냈다. 그는 푸치니 ‘마농레스코’ 중 ‘나홀로 쓸쓸히’와 ‘토스타’ 중 ‘나는 사랑에 살고 노래에 살며’ ‘쟌니 스키키’ 중 ‘라우레타’의 아리아 등을 연달아 선보였다. 고요하게 솟구치는 그의 바이브레이션은 귀를 울리기보다 마음에 큰 울림을 주는 감성적인 느낌이었다. 곡이 거듭될수록 객석의 박수소리는 높아져갔다.
게스트로 출연한 팝페라 가수 카이(Kai)는 무대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었다. 카이는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3개월간 클래식 음원 차트에서 1위를 기록하는 등 대중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팝페라 가수다. 이번 무대에서 카이는 혼자 2곡을 소화했다. 1부에서 로시니 ‘세실리아 이발사’ 중 ‘나는 거리의 만물사’를 부를 때는 객석에서 등장해 관객에게 꽃을 건네는 쇼맨십도 보여줬다. 바리톤 출신인 그는 부담스럽지 않은 중량감과 풍부한 표현력을 선보였다. 그는 갈렌테와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 중 ‘축배의 노래’와 ‘타임 투 세이 굿바이’를 함께 불렀다.
공연이 끝났지만 갈란테의 퇴장을 아쉬워 한 관객들은 열렬한 환호와 박수로 그를 다시 무대로 불러냈다. 갈란테는 국내 팬들의 환호에 보답하며 두 곡의 앙코르 곡으로 화답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