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중·대북 정보력 부재 심각하다

입력 2010-12-01 17:48

폭로 전문 인터넷 사이트 ‘위키리크스’의 미국 외교 전문(電文) 공개가 우리 정부를 당혹스럽게 하고 있다. 대중, 대북 정보력이 바닥에 가깝다는 사실이 드러난 데다 한국 외교관이 중국 외교관을 심하게 폄하한 내용까지 공개됐기 때문이다. 대중 외교에 상당한 어려움이 예상될 정도다.

천영우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외교부 차관으로 재직 중이던 지난 2월 중국 정부의 향후 행보와 관련한 중국 고위 당국자 2명과의 대화 내용을 주한 미국대사에게 전했다. 그는 “중국은 떼쓰는 아이가 된 북한을 포기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한 것으로 밝혀졌다. 천 수석은 또 “중국 공산당의 젊은 리더들은 더 이상 북한을 신뢰할 만한 동맹으로 보지 않고 있다”는 말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같은 발언은 중국 일부 관리의 발언을 지나치게 확대 해석함으로써 중국 지도부가 북한 편들기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는 정부 내 상황 인식을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중국은 올해 3월 천안함 폭침과 11월 연평도 도발을 겪으면서 북한을 일방적으로 감싸는 태도를 보였다. 중국에 대한 정부의 판단이 너무 안이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천 수석은 또 북핵 6자회담 의장직을 수행 중인 중국 우다웨이 한반도사무특별대표에 대해 ‘가장 무능하고 오만한 관리’ ‘북한과 비핵화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홍위병 출신’이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발언까지 한 것으로 밝혀졌다. ‘가벼운 입’ 때문에 중국에 고개를 못 들게 생겼다.

거기다 공개된 외교 전문에는 천안함 폭침, 우라늄 농축 등과 관련한 이상 조짐이나 동향이 전혀 등장하지 않아 북한에 대한 한국과 미국의 정보 부족이 심각한 수준이라는 지적을 받지 않을 수 없다. 우리 당국자들은 북한 정권이 일정 기간 지나면 자연스럽게 붕괴할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구체적인 팩트를 전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위키리크스의 외교 전문 폭로는 우리 정부 전산망에 대한 보안을 한층 강화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교훈을 준다. 차제에 정부 전산망 해킹을 막기 위한 철통 같은 대비책을 마련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