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사할린 강제 징용자 유골 2011년부터 전수조사
입력 2010-12-01 18:23
일제 때 러시아 사할린 지역으로 강제 징용됐다 사망한 한국인 노무자들의 유골을 정부가 내년부터 향후 4년간 전수(全數) 조사키로 결정한 사실이 확인됐다.
정부는 사할린 전역의 공동묘지 21곳에 대한 실태 조사를 토대로 징용 사망자들의 신원을 파악한 뒤 유골을 순차적으로 국내 봉환해 유족에게 인계하거나 천안 망향의 동산에 안치할 계획이다. 일제 강점기의 민족적 수난을 상징하는 해외 징용 사망자들에 대해 정부가 전면적인 유골 봉환을 추진하는 것은 광복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정부 관계자는 1일 “일제에 의해 사할린으로 강제 동원됐다 귀국하지 못하고 현지에서 숨진 사람들의 유골 실태를 2011년부터 2014년까지 전부 조사하기로 했다”며 “사망자와 유족에 대해 국가가 책임진다는 차원에서 사업을 진행키로 하고, 우선 내년도 사업비로 6억8000만원을 배정했다”고 밝혔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한나라당 간사인 김정권 의원은 “한 맺힌 유족들의 염원을 받아들여 현지 묘지 실태조사가 필요하다는 뜻을 의원들이 최근 행정안전부에 강하게 전달했다”면서 “이에 따라 내년도 조사비용으로 6억8000만원이 편성된 행안부 예산안을 지난 22일 행안위 전체회의에서 여야 합의로 의결했다”고 설명했다. 김 의원은 “여야가 합의한 예산안인 만큼 국회 예결특위 심사도 무리없이 통과될 것”이라며 “사할린의 공동묘지 21곳을 조사하는 데 필요한 예산은 4년간 총 25억원 안팎이 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사할린 묘지 실태조사는 내년 4월부터 시작된다. 실무작업은 국무총리 산하 ‘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조사 및 국외 강제동원 희생자 등 지원위원회’가 총괄할 예정이다. 조사 대상은 일제가 조선인들을 대대적으로 국외 동원할 때 남사할린 지역의 각종 작업장에 끌려가 중노동 중 사망했거나, 전쟁이 끝난 뒤에도 귀환하지 못한 채 소련 통치 하에서 억류 생활을 하다 숨진 사람들이다. 일제는 1938년 4월 국가총동원법을 선포한 이래 모집, 징용 등의 조직적이고 폭력적인 수법으로 1945년 8월 종전(終戰) 때까지 15만여명의 조선인을 남사할린으로 내몰았다. 남사할린에는 일제가 개발하던 탄광이 56개소나 있었고, 조선인들은 주로 석탄 채굴에 투입됐다.
우리 정부는 그간 유골 봉환 추진은커녕 사망자들의 신원이나 묘지 위치도 거의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광복 당시 사할린에 남아 있던 한인은 2만5000∼4만3000명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은 대부분 고국에 돌아오지 못하고 현지에서 생을 마감했다.
특별기획팀 김호경 권기석 우성규 기자 hk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