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장의 2010 성탄 기도는 ‘한 생명을 살립시다’

입력 2010-12-01 18:36


“천하보다 귀한 한 생명을 위해 머리를 숙입니다. 생명이신 예수께서 이 아이를 일으켜 세워 주시기를 모든 교회가 기도합시다!”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 총회가 이번 성탄절을 앞두고 전 회원 교회에 보낸 ‘총회장 서신’은 한 어린이에 대한 기도를 호소하는 내용이다. 어찌 보면 외부에 알리기 꺼려질 만한 내용을 담고 있지만 기장 총회는 과감히 공개하는 쪽을 택했다. 비판이나 돈보다도 ‘한 생명’의 중요성에 무게를 뒀기 때문에 내린 결단이라는 설명이다.

문제가 된 사건은 2007년 6월 기장 총회의 한기장복지재단이 운영하는 서울 시내 한 구립 어린이집에서 이모(당시 20개월)군이 식사 중 먹은 콩자반이 기도에 걸려 뇌사에 빠진 것이다. 당시 보육과 응급처치 등에 잘못이 있었는지에 대한 형사재판은 2009년 9월 2심에서 무죄로 판결이 났다. 민사 재판은 수술·치료·위로비 조로 재단이 이군의 부모에게 3억원을 지급하는 데 합의하면서 종결됐다. 복지재단은 3억원 중에서 한 법인이사가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돈으로 1억5000만원을 마련해 이미 부모 측에 전달했다. 또한 이와 별도로 사고 발생 직후부터 지금까지 매달 250만∼300만원씩 총 1억여원의 치료비를 지원했다. 이를 위해 25명의 재단 산하 기관장들이 월 10만원씩, 300여명의 직원들이 5000∼1만원씩을 급여공제로 전달해 오고 있다.

복지재단 측은 “형사재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해도 기독교 재단으로서 우리가 돌보던 아이가 40개월째 누워 있는 데 대한 안타까운 심정과 도의적 책임을 가져 왔다”면서 “남은 배상금 1억5000만원에 대한 지급 시한은 5년이지만 이군 부모의 부담을 고려해 한시라도 빨리 전달하려고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총회도 이번 성탄절 서신을 작성하면서 이 사건이 복지재단 과실로 인식될 위험을 무릅쓰고 “이군의 회생을 위한 기도가 시급하다”는 판단하에 이 내용을 상세하게 담기로 했다.

김종성 총회장, 배태진 총무, 문홍근 한기장복지재단 이사장 명의의 서신은 “아기 예수님은 이 땅에 생명으로, 화해와 위로로 오셨습니다”로 시작해 “무엇보다 이 어린이의 소생을 위해, 그리고 고통과 분노에 차 있는 어린이의 가정을 돕고 위로하여 진정한 화해를 이끌어 낼 수 있도록 기도하자”고 권고했다. 또한 기장 총회는 이번 성탄절 헌금을 우선적으로 이군의 치료비와 생계비 마련에 사용할 것을 밝히며 전 교회와 성도가 동참해 줄 것을 당부했다(02-3499-7615).

황세원 기자 hws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