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청년이 함께 하는 인권 모임 ‘나우’ 지성호 회장 이동구 부회장
입력 2010-12-01 16:01
“북한 정권이 가장 두려워하는 건 바로 청년”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대북방송 ‘목요일에 만나는 남한’ 진행에 이경선 기자입니다.
지난 11월 23일 오후 3시 날아든 속보에 남한 사회는 뒤집혔습니다. 북한에서 170여발의 곡사포를 연평도에 퍼부었습니다. 오발이 아니었습니다. 포탄은 군부대는 물론 섬 주민들의 집에도 떨어졌습니다. 민간인에 대한 공격은 휴전 이래 처음입니다. 열아홉 스무 살 푸른 청년이 죽었고, 공사장에서 일하던 주민 2명이 사망했습니다. 남쪽의 20대는 1990년대생입니다. 전쟁을 경험하지 않은 세대이지요. 배고픔을 모르는 친구들입니다. 북한에 대한 적개심도 거의 없습니다. 그러나 갑자기 날아든 북쪽의 포탄은 어린 친구들에게마저 ‘적개심’을 심었습니다. 급작스런 사태로 지난 26일 오후 서울 서초동 사랑의교회 반석채플에 이동 스튜디오를 마련했습니다. 오늘 초대 손님은 남과 북의 청년입니다. (이 내용은 자유아시아방송(RFA)의 대북 프로그램 ‘젊은 그대’를 본 딴 것입니다.)
-탈북학생 지성호(28) 그리고 남한 청년 수의사 이동구(29)씨를 모셨습니다. 두 분은 남북 청년이 함께하는 인권 모임, 나우(NAUH·Now Action Unity for Human right)의 회장과 부회장으로 각각 활동 중입니다.
안녕하세요. 지성호씨는 오늘 첫 출연인데요, 본인 소개를 좀 부탁드립니다.
“사랑하는 북한 주민 여러분, 저는 북한에서 2006년도에 탈북해서 성공적으로 남한에서 대학생활을 하고 있는 동국대 회계학과 2학년 지성호입니다.”(지성호)
-23일, 북측이 연평도를 폭격했지요. 속보로 전해졌는데요, 어떻게 소식 접하셨어요.
“경기도 이천 돼지농장에서 인턴실습 중에 스마트폰에 뉴스가 떠서 알았습니다. 아 정말 가슴 아팠습니다. (이동구)
“저는 학교 도서관에서 알아 인터넷으로 알아봤는데 진짜 심각한 수준인 거예요. 민간인에 대한 공격도 있다고 하고. 정말 북한정권이 갈 데까지 갔구나 생각했어요.”(지)
-주변 친구들의 반응은 어때요.
“인도 여행 중인 여자친구가 놀라서 전화 줬더라고요. 괜찮으냐고. 화를 내는 친구들도 있고요. 식량 원조도 다 없애고 남한에서 강하게 나가야 한다는 얘기도 있어요.”(이)
-성호씨는 북쪽에서 왔잖아요? 남쪽 친구들이 한마디씩 할 거 같은데 어때요.
“저희는 그런 상황이 싫어서 온 사람들이고, 이건 북한 주민들의 문제도 아니에요. 정권 탓이잖아요. 하지만 저도 화가 나더라고요. 어떤 친구들은 농담으로 ‘형네 나란데 어떻게 하실 거예요’ 묻는 데 농담인 줄 알지만 미안하더라고요.”(지)
-북측에서는 남측이 전쟁 준비에 열을 올린다고 주장하잖아요. 실제 위기를 고조하는 건 북한 아닌가요.
“저도 북에 살 때는 남에서 팀스피리트, 을지포커스 훈련을 한다는 보도를 들으면서 남한이 침략 준비를 하고 있다고 믿었지만 남한에 와 보니까 경제에 집중하고 열심히 일하는 나라였습니다. 북한의 이런 선전이 거짓이라는 걸 나와서 알게 되면서 그걸 믿었던 제 자신이 한심하더라고요.”(지)
“좀 다른 얘기지만 이번 일로 북한 정권이 무너져야 할 이유가 더 분명해진 거죠. 그렇다고 보복공격을 해서 완전히 북한 정권을 무너뜨리는 것도 정답은 아니고. 전쟁은 다 망하는 길이잖아요. 이번 일이 큰 사건인 건 사실이지만 하나 우리가 알아야 할 건 한반도는 늘 전시상황이라는 거예요.(이)
-그건 그렇고 나우는 어떤 단체인가요.
“로버트 박 선교사가 북한에 들어갔다는 소식을 듣고 안타까운 마음에 로버트 박 형제를 위해 교회에서 예배드리던 중 성호씨를 만나게 됐어요. 성호씨가 로버트 박과 6개월간 룸메이트였다는 얘길 듣고 함께 눈물 흘리며 기도하다 기도모임을 만들게 됐고, 나아가 북한 인권을 위한 단체를 만들게 됐죠. 저희는 북한 정권을 하루빨리 무너뜨려 북한의 주민들을 구해내기 위해 행동하는 젊은이들입니다.”(이)
“북한 정권이 가장 무서워하는 건 제가 보기엔 청년입니다. 지금 북한 청년들은 정권에 대한 신뢰가 없거든요. 남한 영화들 몰래 다 보고, 남한 소식도 많이 알고 있어요. 남한처럼 북한도 청년들이 민주화할 수 있도록 도와야지요.”(지)
-구체적으론 어떤 활동을 하시나요.
“올해 4월부터 북한 인권 실태를 알리는 활동을 시작했고요. 매주 토요일 광명시 철산동의 한 사무실에서 20여명 청년들이 정기모임을 갖고, 강남역, 대학로, 고속터미널 부근 등에서 피켓, 전단 캠페인도 진행하고요. 또 지금처럼 대북방송에도 참여하고요. 현재는 대학가 캠페인과 사이트 개설, 북한 전단지 살포 등을 계획 중이에요.”(지)
“그렇다고 인권을 위한 투사나 결사단체를 생각하심 안 되고요. 저희끼리 엠티도 가고 등산도 가고 그러면서 우리 안에서 나름 남북의 아픔을 치유해 나가고 있습니다. 어른들은 과거의 경험과 이념의 차이로 갈등하고 아파하시지만 청년들은 그렇지 않거든요. 서로 말도 잘 통하고 재미있게 놀 수도 있고 게임도 하고요.”(이)
-교회에서 모임을 갖는다면 기독단체인가요.
“아니요. 저희는 종교나 이념을 초월한 순수한 청년단체입니다.”(지)
“하지만 회원들이 상당수 기독교인이어서 기독교적 가치관을 지향하긴 합니다. 성호씨랑 저도 서울 서초동 사랑의교회 북한사랑선교부에서 같은 조원으로 만나게 됐고요.”(이)
-어떤 청년들이 회원인가요.
“탈북한 청년들은 모두 대학생이고요. 남한 청년들은 저처럼 직장인도 있고 학생도 있습니다. 아이잘론 곰즈도 저희 모임에 나왔었고요.”(이)
-남북 청년들이 이렇게 마음을 합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한 젊은 친구는 휴전된 국가에서 살고 있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됐다고 하더군요. 서로 총부리를 겨누는 순간, 무고한 남과 북의 주민들은 희생돼야 합니다. 아무쪼록 냉정을 되찾고 위기를 기회로 잘 활용했으면 하는 생각입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이경선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글 이경선 기자·사진 신웅수 대학생 기자 boky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