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스프링 설립 치유 사역 앨리 선교사 “동성애 치유엔 냉대부터 없애야”

입력 2010-12-01 18:49


“그저 동성애자 한 사람이라도 붙잡고 이야기를 듣고 함께 기도해주고 싶은데 한국 교회에서는 그것조차 무척 힘드네요.”

영국 출신인 앨리슨 톰린슨(웰스프링 대표·51·이하 앨리) 선교사의 이 말은 동성애에 관한 한국 교회의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준다. 2006년 국내에 웰스프링을 설립해 동성애자 대상 상담과 치유 사역을 하고 있는 그녀는 “한국 교회가 죄인을 긍휼히 여기신 예수님의 마음으로 동성애자를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앨리 선교사는 30년 가까이 기독교인으로 살았지만 성중독, 관계중독에 빠져 있다가 하나님을 인격적으로 만나면서 회복을 경험했다. 웰스프링을 설립한 목적도 자신과 같은 성중독, 관계중독자를 상담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홈페이지를 열자마자 문의를 해오는 사람 대부분이 동성애 문제로 고민하는 기독교인이었다. 그들은 하나같이 자신의 문제를 가족이나 친구, 교회에서도 나눌 수 없어 상담자를 찾고 있었던 것이다.

“미국의 동성애 치유 사역 단체인 엑소더스 조사에 따르면 동성애 문제가 성공적으로 치유된 사람은 대부분 가족이나 상담소, 교회 같은 지원망을 갖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한국에는 지원망이 전무할 뿐 아니라 심지어 자신의 동성애 문제를 얘기할 상대조차 없는 실정입니다.”

1999년 영어 강사로 한국에 온 그녀가 웰스프링을 시작하기에 앞서 후원받을 교회를 찾았지만 선뜻 나서는 곳이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은 유산을 쏟아 부어 웰스프링을 시작했다. 그러나 재정난에 부닥쳐 사역 2년 만인 2008년 사무실 문을 닫고 말았다. 앨리 선교사는 정작 자신에게 진짜 힘든 점은 재정 문제가 아니라 동성애에 대한 한국 교회의 멸시와 냉대라고 말한다.

“웰스프링 치유모임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신분을 철저히 숨겨야 합니다. 자신의 문제를 인정하고 치유받기 위해 하나님 앞에 나아오는 것은 모든 기독교인들이 해야 할 일입니다. 그 일을 선택하기로 한 그들이 저는 아주 자랑스럽습니다. 허나 그들은 자신이 동성애자라는 것과 우리 모임에 참여하고 있다는 사실을 숨겨야 합니다. 모임이 끝나면 또다시 그들을 모른 척하며 지내야 한다는 현실이 그저 마음 아플 따름입니다.”

앨리 선교사에 따르면 동성애를 죄로 보는 것은 영국 교회도 마찬가지지만 교회가 동성애자를 적극적으로 품고 치유를 돕고 있는 것은 한국 교회와 다른 점이다. 국제적인 동성애 치유 사역 단체 데저트 스트림(Desert Stream)의 사역은 현재 미국 영국 외에도 필리핀 말레이시아 홍콩 등 아시아 국가에서도 활발하게 펼쳐지고 있다. 한국에는 아직 없다. 데저트 스트림 대표 앤드루 코미스키가 9년 전 국내에서 동성애 치유 사역을 시작하려고 한국 교회의 협조를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 2년 전 방한했던 포틀랜드 펠로십 대표 제이슨 톰슨 역시 한국 교회의 무관심으로 동성애 사역을 접고 되돌아가고 말았다. 앨리 선교사에게 한국은 ‘동성애 치유 사역이 전무한 나라’로 새겨져 있다.

그녀는 동성애를 포함한 모든 죄의 원인을 하나님과의 깨어진 관계로 본다. 남성이나 여성으로서 사랑받지 못하거나 거부당할 때 자존감은 낮아지고 하나님과의 관계도 막히게 된다는 것이다. 동성애자들에게 필요한 것 역시 수용과 사랑이라는 설명이다. 앨리 선교사는 “주위에 동성애자가 있다면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대해주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변화는 그 다음 문제라는 것이다. 또한 “한국 교회는 다른 죄에 대해서는 관대하면서도 유독 동성애에 대해서만큼은 엄격한 경향이 있다”며 “예수님이 가장 심하게 비판하신 죄는 동성애가 아니라 종교인들의 위선이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동성애 사역의 출발점으로 교회의 공동체성 회복을 제시하기도 했다. “동성애 기독교인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은 그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주는 겁니다. 변화를 강요하지는 않지만 변화가 가능함을 확신시켜주는 사랑과 믿음의 공동체가 바로 동성애 사역의 출발입니다.”

그녀는 “솔직히 그동안 한국 언론에 대해 회의적이었다”며 “‘이번에도 달라지는 건 없겠지’란 생각이었지만 기도중에 하나님께서 ‘아니다. 이제는 너의 이야기를 들을 준비가 된 사람들이 있다’고 말씀하셨다”고 밝혔다.

김성원 기자, 곽새롬 인턴기자 kernel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