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정의 바둑이야기] 광저우 영웅들의 귀환
입력 2010-12-01 18:41
11월 20일부터 26일까지 펼쳐진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이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금메달 3개, 동메달 1개로 바둑 종합 우승을 차지한 국가대표팀이 27일 오후 6시 인천공항으로 입국했다. 비행기가 한 시간 연착되었지만 선수단을 기다리는 많은 취재진들과 가족, 팬들의 얼굴에는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이번 아시안게임은 금메달을 따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한국이 바둑 최강국이라지만 최근 중국의 성장세에 위태로운 상황이었고 아시안게임 역시 적지인 중국에서 치러졌다. 바둑이 스포츠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후 첫 출전인 만큼 판정이나 룰에도 여러 가지 변수가 있었다.
첫 종목인 혼성페어 예선전, 중국과의 대결에서 어이없는 판정패를 당하며 위기를 맞았지만 박정환-이슬아 조가 투혼을 발휘하며 결승까지 진출했다. 다시 만난 중국과의 결승전에서는 행운의 여신이 한국의 손을 들어주었다. 승부가 거의 결정된 불리한 상황에서 상대방이 순서를 어기는 반칙으로 벌점 2점을 얻는 바람에 역전승을 거두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어진 남자단체전과 여자단체전은 초반까지는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하지만 3회전에서 북한과 만난 여자단체전은 북한 선수의 시간 초과로 시간승을 거뒀지만 시계의 오작동으로 인정되며 대국을 속개해 이슬아 선수가 패배를 당했다. 그래도 다른 선수들의 승리로 2대 1 한국의 승리.
이번 아시안게임은 실력도 실력이지만 단체전인 만큼 오더싸움도 중요하다. 어떤 선수를 어떻게 배치하느냐의 따라 팀의 승리가 결정될 수 있다. 그만큼 이번 국가대표팀은 코치진도 훌륭했다. 여자팀 윤성현 9단과 남자팀 김승준 9단, 그리고 총감독 양재호 9단으로 구성된 코치진은 대표팀을 꾸려 광저우에 오기까지 이런저런 비판에 휩싸이며 마음고생도 심했다. 하지만 흔들림 없는 모습으로 선수들과 소통하며 세심한 배려로 모두에게 신임을 얻게 되었고 용병술에서도 중국을 압도했다. 여자단체는 절묘한 오더싸움으로 대만을 꺾고 결승에서 중국에게 복수전을 펼치며 금메달을 안았다. 남자단체 또한 예상 외로 이세돌 9단이 부진했지만 단체전인 만큼 모두가 힘을 합쳐 금메달을 차지했다.
결국 첫 아시안게임에서 한국 바둑은 전 종목을 석권했다. 금메달은 우리 국가대표의 것만이 아니다. 이번 광저우 아시안게임을 위해 물신양면으로 도와주신 많은 분들과 함께 울고 웃으며 응원해주신 모든 분들의 것이다. 한국바둑 파이팅!
<프로 2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