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상암동교회 신민규 목사, “농촌·개척교회는 우리의 뿌리… 예산 60% 지원”
입력 2010-12-01 19:09
1000명이 넘는 교인 규모에 해외 선교 대신 국내 농촌교회를 후원하고 필요하면 건축까지 책임지는 서울의 한 교회가 있다. 올해까지 국내 44개 미자립교회 지원을 비롯해 교회 사택과 식당, 화장실 수리, 리모델링과 신축, 개척교회 보증금 지원 등에 교회 예산 60% 이상을 사용하고 있는 서울 상암동교회(신민규 목사)다.
“해외선교 많이 하고 싶죠. 그런데 쓰러져가는 국내교회는 보살피지도 않으면서 해외선교에 치중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아 보입니다. 많은 교회들이 동남아 등지에 교회당을 세웠습니다. 문제는 그 교회들이 비어 있다는 겁니다. 선교의 효율성을 따져봐야 합니다.”
담임 신민규(53) 목사는 이런 현실을 일찍부터 간파하고 선교 방향을 바꿨다. 국내 미자립교회, 그중 농촌교회를 지원하는 데 우선적으로 힘써온 것이다.
“도시 교회 성도 3분의 1일은 이전에 농촌교회 교인이었습니다. 거기서 예수를 믿었고 신앙훈련을 받았습니다. 그들이 도시 교회를 세운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그 빚을 갚고 싶었습니다.”
교회 설립 50주년이 되던 지난 2006년부터 40개 교회를 선정, 매달 1억원 가량을 지원했고 낡은 교회당 시설 건축 지원사업에도 뛰어들었다. 신흥교회 사택 리모델링을 시작으로 정읍 참좋은교회 교회 건축, 안성 공도회복교회 개척 임대보증금 지원 등 그동안 17개 교회의 건축과 보증금을 지원했다. 2008년 교회 예산의 62.8%가 이렇게 사용됐고 작년에는 53.3%를 차지했다.
“교회 선정 기준요? 없습니다. 요청하는 대로 지원하고자 합니다. 우선 교회가 속한 나사렛교단 위주로 했습니다. 한 번은 강원도 산골의 작은 교회에서 화장실을 고쳐 달라고 연락이 왔습니다. 전 교인 2명뿐인 교회였는데 비만 오면 재래식 화장실에 오물이 넘쳤습니다. 가슴이 답답했습니다.”
담임목사의 좀 특별한 선교 활동에 성도들은 대체로 동의하면서도 기왕 도울 바엔 ‘티나게’ 하자는 볼멘소리도 있는 게 사실이다. 신 목사는 “지원 교회로부터 뭘 기대하거나 성과를 바라지 않는다. 그들 입장에서는 숨통”이라며 “내년엔 2개 교회를 더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암동교회는 성인 신자 860여명, 교회학교까지 합하면 주일 평균 1250명이 출석하는 중대형교회다. 그렇다면 해외선교를 포기한 것일까. 효율적 선교를 따지는 신 목사는 국제나사렛교단이 운영하는 필리핀 아시아태평양나사렛신학대학원에 교수 선교사를 파송했다. 또 이 대학원에서 공부하는 전 세계 29개국 출신 신학생을 위해 기숙사와 식당 건축에 재정을 보태고 있다. 사람을 키우는 것이 선교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싱가포르에 위치한 국제나사렛교단 본부에도 매년 일정 금액을 지원해 다양한 선교사들과 네트워킹을 고려 중이다.
“다국적 선교사를 지원해 그들이 선교하도록 돕는 것 역시 선교라고 생각합니다. 교인 데리고 선교지에 가거나 단기선교를 보내야만 선교인가요.”
상암동교회는 10년 전만 해도 70명이 출석하는 교회였다. 사실상 신 목사가 오면서 20배의 성장이 이루어진 셈인데 비결이 뭐냐고 물었다.
“교회가 지역사회에서 인정받지 못하면 존재 이유가 없어진다고 생각했습니다. 사람을 모으는 것보다 교회가 마땅히 할 일을 찾아 추구한 결과가 아닌가 싶습니다.”
교회는 2000년부터 ‘이웃 사랑 나눔 바자회’를 열어 수익금 일체를 지역 주민센터(동사무소)에 기증했다. 어린이집과 실버센터, 장애인을 위한 치료교육센터도 운영하면서 복지 사역에 주력했다. 여기엔 이른바 ‘개종주의적’ 접근은 없었다. 복지 사역은 교회가 당연히 해야 할 일이기에 한 것뿐이라는 게 신 목사의 설명이다.
“복지 사역에 재정이 많이 투입됩니다. 그러나 멈출 수 없습니다. 그렇다고 전도가 되는 것도 아닙니다. 교회가 장애인과 노인, 어린이를 섬길 수 있다는 그 자체에 만족합니다. 교회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이니까요.”
글·사진=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