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키리크스 외교문건 공개] 김정일, 건강악화로 지시 ‘오락가락’
입력 2010-12-01 02:18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미국 정부의 외교 전문에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에 대한 내용이 많다. 올해 69세인 김 위원장의 건강과 후계 문제가 북한과 서방 국가들의 향후 관계를 결정할 가장 중요한 요소이니만큼 그에 관한 조그만 단서라도 잡으려는 것이라고 영국 일간지 가디언과 미국 CNN방송 등이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싱가포르의 리콴유(李光耀) 전 총리는 싱가포르 주재 미 대사관 관계자와 만난 자리에서 “김 위원장은 경기장을 활보하며 과찬을 갈구하는 무기력한 늙은이”라면서 “이런 지도자를 둔 북한 사람들은 정신이 이상한 것 같다”고 혹평했다. 이어 “김 위원장이 다시 뇌졸중을 맞는 것은 시간상의 문제일 뿐”이라고 말했다.
다이빙궈(戴秉國) 중국 국무위원이 지난해 10월 김 위원장을 만나 술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전문도 있다. 김 위원장이 중국 관리들 사이에 술을 꽤 잘하는 애주가로 평판이 나 있기 때문에 다이 위원은 김 위원장에게 “지금도 여전히 술을 자주 마시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김 위원장이 “그렇다”면서 함께 술이나 와인을 할 수 있도록 초대하겠다고 말했으나 일정상 다음 방문 때로 연기했다는 것이다.
또 지난해 12월 김 위원장을 만난 중국 고위 관리는 “그의 건강이 악화돼 지시를 번복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중국 관리는 “각기 다른 파벌이 김 위원장의 관심을 끌려고 경쟁하고 있다”면서 “북한 관리들이 그들 자신의 방향대로만 밀고나감으로써 김 위원장이 단호하고 명확한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정은 등 김 위원장의 아들들을 묘사한 전문도 있다. 상하이 주재 미국 영사관의 지난해 2월 전문에는 중국의 북한 전문가들이 장남인 김정남은 플레이보이 기질이 너무 강하고, 둘째 아들 김정철은 비디오 게임에 더 관심이 많으며, 김정은은 너무 젊고 경험이 없다고 평가돼 있다. 또 모스크바 주재 미 대사관의 지난해 4월 전문엔 러시아의 북한 소식통을 인용해 김정은이 베트남식 경제개혁을 선호하는 것에 비해 김정남은 중국식 경제개방을 선호하며 동생을 비판한다고 적혀 있다.
앞서 김 위원장을 비판했던 리콴유 전 총리는 김정은에 대해서도 혹평을 쏟아놓았다. 리콴유 전 총리는 “차기 지도자(김정은)는 아버지 김정일이나 할아버지 김일성이 지닌 상황 대처 능력을 갖고 있지 않은 것 같다”며 “그는 사람들이 파리처럼 죽어가는 걸 볼 준비도 안돼 있을 듯하다”고 말했다.
장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