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키리크스 외교문건 공개] 北·中 관련 민감한 정보 많아 “노 코멘트”

입력 2010-12-01 02:18

“불법적으로 알려진 부분은 코멘트하지 않겠다.”(천영우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그런 계획은 처음 들어본다. (남북통일에 대한 대가로) 중국에 경제적 이득을 제공하는 것이 가능하겠는가.”(청와대 당국자)

“폭로 내용에 대해 공개적으로 확인해 줄 수도 안 할 수도 없어 답답한 상황이다”(외교통상부 당국자)

위키리크스가 우리 정부와의 외교 교섭과정이 담긴 미국 국무부 외교전문(電文·cable) 내용을 폭로한 것에 대한 청와대와 정부 당국자들의 반응이다. 정부는 30일 현재 폭로 내용에 대해 함구하고 있다. 미국 정부가 ‘노 코멘트’ 전략을 취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 정부가 섣불리 대응하기 어려운 데다 민감한 정보사안 다수가 담긴 만큼 공개적으로 나서기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외교교섭 과정이 대외적으로 낱낱이 공개될 경우 그 자체로 외교적 신뢰관계에 문제가 생길 수 있으며, 관련 당사국들로부터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어 정부는 매우 불편한 입장이다.

외교부가 가장 주목하는 대목은 대북한. 대중국 관련 정보사항이다. 중국을 바라보는 한·미의 부정적 시각이나 북한 김정일 위원장과 관련한 정보사항까지 속속들이 공개됨으로써 외교당국은 상당히 곤혹스런 상황에 놓이게 됐다.

특히 천영우 외교안보수석이 외교부 2차관 시절 당시 캐슬린 스티븐스 주한 미국대사를 만나 중국 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우다웨이(武大偉) 한반도사무 특별대표를 원색적으로 비난한 대목은 곤혹스러운 부분이다. 이 외교 전문에 따르면 천 수석은 우 대표를 중국에서 가장 무능하고 오만한 관리, 북한과 비핵화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는 홍위병 출신의 오만한 인물이라고 비난했다. 우 대표는 중국 지도부와 한반도 현안을 논의하는 첫 관문이고, 천 수석은 외교·통일·국방부를 아우르는 외교안보 사령탑이다. 북한의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 공개와 연평도 포격 도발을 겪으며 껄끄러워진 한·중 관계를 고려하면 정부로서는 위키리크스 파동이 더욱 달갑지 않다.

또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경제적 지원을 요청하려고 중국을 방문하는데 북한 당국이 평양에서 베이징으로 가는 열차에서 폭탄을 찾아냈다는 정보당국의 분석 등 기밀사항도 포함돼 있다.

정부 소식통은 “폭로된 외교 전문 중에는 위·변조된 것도 있을 가능성이 없지 않다”면서 “액면 그대로 믿으면 곤란하다”고 말했다. 악의적 위·변조가 아니더라도 폭로된 외교 전문들은 주로 양자대화 과정에서 만들어져 사실관계 왜곡이 일어날 수도 있다. 동맹국, 비동맹국, 적국 간 대화에서 사용되는 어휘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특히 동맹국 사이의 내밀한 접촉은 비록 정부 대표 간 대화더라도 사적인 대화와 별반 차이가 없다. 이런 내용이 정부 간 공식적인 회담 내용으로 포장돼 여과 없이 발설되면 오해가 생길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정부는 이런 사안의 민감성 때문에 이번 파문의 확산을 가급적 조용하게 차단하는 방안을 찾기 위해 부심하고 있다.

이도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