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주지와 다른 ‘새 주소’ 혼란·불만 가중
입력 2010-11-30 22:42
현재 살고 있는 지역과 연관성이 떨어진 새주소(도로명 주소)를 통보받은 주민들 사이에서 불만과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더욱이 주민들이 새주소를 다른 이름으로 고치려고 해도 현행 규정에서는 사실상 수정이 불가능해 도로명 주소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30일 행정안전부와 각 지방자치단체에 따르면 2012년 도로명주소 일괄 전환을 앞두고 지난 10월 27일부터 전국에 예비안내가 시작되면서 새주소와 관련한 주민 불만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도로명 주소가 동(洞)이 아닌 도로를 기준으로 하고, 한 도로가 여러 지역을 가로지르는 특성상 서로 다른 지역이 같은 주소로 묶여 있기 때문이다.
행안부의 새주소 설치 기준에 따라 서울 신림4동과 신림8동은 ‘난곡로 66’이라는 주소를 달게 됐다. 신림4동에서 난곡동으로 가려면 버스정거장을 4∼5개 지나야 할 정도로 거리가 떨어져 있는데다 주민들 역시 신림동과 난곡동을 명백히 다른 지역으로 인식하고 있어 주소 설정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서울 동대문구는 ‘망우로’로 주소가 바뀐 서울 휘경동 ‘토박이’ 주민들로부터 하루 평균 3∼4건의 민원에 시달리고 있다. 주민들은 휘경동이 조선 순조의 생모인 수빈 박씨 묘소 ‘휘경원’에서 이름을 따 온 만큼 역사성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동대문구는 최근 행안부에 도로명 변경을 요청했으나 “이미 결정된 이름은 바꿀 수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
현행 규정상 도로명 주소를 바꾸려면 주소 사용자의 20% 이상의 서명을 받은 뒤 중앙도로명주소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 하지만 망우로는 청량리동에서 시작해 휘경동과 망우동을 지나 경기도 구리시까지 이어지는 길이 6.3㎞의 대로(大路)다. 이 주소지내에 사는 주민 중 휘경동 주민들은 극히 일부다. 이 때문에 한달여간의 주민의견수렴 기간 동안 주소변경 신청에 필요한 주민 동의를 받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동대문구 관계자는 “정부가 2007년 4월 도로명주소법을 정비하면서 정작 주민 의견은 제대로 수렴하지 못했기 때문에 이같은 문제가 발생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역별로 한두차례 주민 대상 설명회가 열렸으나 지자체 공무원이 해당 지역 통장을 불러 ‘교육’하는 방식으로 진행돼 주민의견이 반영되지 못했다.
이에 대해 행안부 관계자는 “지역적 특색을 반영해 각각의 도로마다 이름을 따로 붙일 경우 암기해야할 도로명이 너무 많아져 주요 도로를 기준으로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휘경동 주민 이모씨는 “도로명주소 앞에 동 이름을 붙여 ‘서울특별시 휘경동 망우로 00길’이라고 정하면 주소지 변경에 따른 주민 혼란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황일송 기자, 정부경 인턴기자 il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