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고위관료 다수 한국 망명”… 위키리크스 “지난 1월, 당시 유명환 외교 발언” 폭로 파문
입력 2010-12-01 01:09
미국 웹사이트 위키리크스의 미국 외교 기밀문서 폭로 사태가 우리 정부에도 큰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대외에 공개될 경우 외교정책에 영향을 미칠 대미 외교교섭 과정과 정보 관련 사항이 무차별적으로 폭로되는 사상 초유의 상황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특히 제2, 제3의 폭로가 이어질 것으로 알려져 외교 당국을 난감하게 하고 있다.
위키리크스가 30일 공개한 미 국무부의 외교 전문(電文·cable)에 따르면 지난 1월 11일 유명환 당시 외교통상부 장관은 로버트 킹 미 국무부 북한인권대사를 만난 자리에서 “정확히 몇 명인지 확인해 줄 수는 없지만 해외에서 활동해 온 고위급 북한 관료들이 최근 한국으로 망명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 사실이 외부에 공개되지 않은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북한의 화폐개혁 실패로 내부 동요가 커지고 있어 김정은으로의 세습도 원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위키리크스 자료에 따르면 중국 선양(瀋陽)의 미 영사관은 북한 내부 사정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베이징에 있던 한 유학생이 최근 망명했고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지난해 12월 중국에 있는 유학생 학자, 과학자를 전부 북한으로 소환했다”고 보고하기도 했다. 이 소식통은 이어 “김 위원장의 소환령 직후 취소했는데 이는 그의 판단력이 흐려졌다는 증거”라고 전했다.
천영우 청와대 외교안보수석도 외교통상부 2차관으로 있던 올 2월 캐슬린 스티븐스 주한 미 대사에게 “북한은 이미 경제적으로 붕괴 상태”라며 “김 위원장 사후 2~3년 내 정치체제도 무너질 것”이라고 말했다. 천 수석은 “중국 입장에선 미국 일본 한국이 더 중요해 북한을 점령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한국이 대규모 인력 수입이나 무역 확대 계획을 제시하면 중국도 한국의 흡수통일을 지지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현인택 통일부 장관은 지난해 7월 20일 커트 캠벨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를 만난 자리에서 “김 위원장이 앞으로 3~5년밖에 살지 못할 것 같다”면서 “북한은 김 위원장 사후 한국과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에 도움을 요청하는 등 크게 달라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위키리크스 문건과 관련해 김희정 청와대 대변인은 “다른 나라 정보사안에 공식적으로 확인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북한 고위 관리 탈북에 대해 국정원은 “사실 여부를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밝혔다.
외교부는 위키리크스의 폭로사태 이전 외교채널을 통해 미국 정부로부터 공개될 사항에 대한 설명을 미리 들었으며 향후 대처방향을 놓고 미 정부와 협의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손영옥 선임기자,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