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연평도 도발] 北해안포 막는데 사거리 300㎞ 미사일 적절성 논란

입력 2010-11-30 22:02


군 당국이 계획한 서해 5도 전력 증강이 전략적 검토 없이 마구잡이로 진행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현재 방어개념 중심으로 운영되는 서해 5도를 공격전략기지로 전환한다면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를 면밀히 조사한 뒤 필요한 전력을 배치해야 한다. 그러나 군은 이런 검토 과정 없이 사거리 200∼300㎞의 지대지 미사일 도입을 고려하는 등 설익은 대책을 내놓고 있다는 지적이다.

과도한 배치 계획으로 꼽히는 대표적 무기는 이스라엘제 미사일 ‘딜라일라’다. 딜라일라는 사거리 250㎞의 신형 공대지 및 지대지, 함대지 미사일로 마하 0.9 수준의 속도와 30㎏의 고성능 탄두를 보유한 강력한 순항 미사일이다. 그러나 지대지 미사일의 경우 아직 성능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함대지는 최근 미 해군이 시험 발사에 성공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안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국내에서 개발한 ‘현무-2’ 지대지 미사일 역시 사거리가 300㎞에 이르는 미사일로 군은 평양을 비롯한 북한 내륙 공격을 목표로 운용 중이다. ‘에이태킴스(ATACMS)’ 지대지 미사일도 마찬가지다. 사거리 300㎞에 달하는 이 미사일은 신의주와 강계 등을 사거리로 두고 있다. 유사시 적 후방의 지휘소와 미사일, 공군기지, 군수공장, 통신시설 등이 타격 지점이다. 또 군은 1발당 3만∼4만 달러에 달하는 고가의 소형 중거리 GPS 유도폭탄 ‘엑스칼리버’와 해안포 동굴기지 파괴용 ‘GBU-39’ 벙커버스터 도입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연평도와 백령도 등에 이러한 무기들을 배치하는 게 적절하냐는 점이다. 무기체계 전문가는 “군이 도입 여부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무기들은 성능은 뛰어나지만 전략적으로 굳이 서해 5도에 배치할 필요가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군 전력의 적절한 배분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과도하다는 것이다.

또 다른 무기체계 전문가는 “서해 5도를 평양 등을 타격하는 기지로 삼겠다면 사거리가 긴 미사일을 배치할 필요가 있지만 이 지역이 그런 역할을 하기에는 무리”라고 말했다. 적 해안포의 사거리 안에 이런 무기들을 집중 배치할 경우 순식간에 주요 전략을 잃게 될 가능성도 있다. 또 서해 5도는 첨단 장비들을 효과적으로 배치할 공간이 많지 않다고 이 전문가는 덧붙였다.

군의 한 관계자도 “북한군에 번번이 당한 것은 첨단 무기가 없어서가 아니라 운용상의 문제 때문”이라며 “우리 군이 성능이 뛰어난 K-9 자주포가 있다고 자랑했지만 오래된 북 해안포와 방사포에 맥없이 당한 점을 반성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