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키리크스 외교문건 공개] 美국무부 외교 電文 분석해보니… 韓·美·中 서로 다른 ‘대북 해법’

입력 2010-12-01 01:15


인터넷 내부고발 자료 폭로사이트 위키리크스는 29일(현지시간) 북한 문제와 관련된 미국 국무부의 외교 전문(電文·cable) 17건을 공개했다. 주로 서울의 주한 미대사관(8건)과 베이징 주중 미대사관(5건)이 작성한 것이었다. 북한을 바라보는 한국과 중국, 미국의 입장은 달랐다.

한국은 ‘흡수통일론’=현인택 통일부 장관은 지난해 7월 20일 커트 캠벨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와 만난 자리에서 “한국의 목표는 통일”이라고 밝혔다. 현 장관은 북한이 붕괴하면 한국이 미국과 함께 북한을 신속히 접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 정부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건강과 북한의 경제 상황, 권력층의 분열상 등을 종합해 북한의 붕괴가 임박했다고 판단했다. 한 정부 관계자는 지난해 4월 “북한 엘리트들은 중국과 베트남의 경제개혁을 잘 알고 있다”며 “북한만 실패를 거듭하는 것에 불만이 크다”고 밝혔다.

한국은 또 중국과 일본의 지지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했다. 천영우 당시 외교통상부 차관은 “중국의 신세대 관료들은 한국이 북한을 흡수 통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통일 뒤 중국에서 인력을 대대적으로 받아들이고 무역을 확대한다면 중국의 우려도 잠재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일본은 비록 한반도 분단 유지를 원하지만 통일을 막을 능력이 없다”고 말했다.

캐슬린 스티븐스 주한 미국대사는 지난해 1월 작성한 한국의 대외정책 보고서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임기 말까지 남북관계를 동결시킬 태세”라며 “이 때문에 북한이 상당한 수준의 도발을 해올 가능성도 있지만 북한을 흔들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 여기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은 ‘대북 협상론’=반면 청궈핑 중국 외교부 부장조리는 주카자흐스탄 대사 시절인 지난해 6월 리처드 호글랜 미 대사와 만난 자리에서 “중국은 장기적으로 한반도의 평화통일을 희망하지만 단기적으로는 분단 상태가 유지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한국과는 다른 견해를 드러냈다.

때문에 중국은 북한이 맘에 들지는 않지만 협상 테이블로 끌어와야 한다고 미국을 설득했다. 지난해 4월 30일 주중 미대사관 전문에 등장한 중국 고위 관료는 “북한은 미국과 직접 협상을 원하기 때문에 ‘어른(adult)’의 관심을 끌려고 ‘떼쓰는 아이(spoiled child)’처럼 행동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북한이 나쁜 행동을 되풀이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면서 북한과 대화를 시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야페이 중국 외교부 부부장도 지난해 9월 제임스 스타인버그 미 국무부 부장관과 만난 자리에서 “우리도 중국을 좋아하지는 않는다”면서도 “하지만 그들은 우리의 이웃”이라고 현실론을 폈다. 그는 스타인버그 부장관에게 “북한이 핵무기는 보유하되 관련 기술을 수출하지 않는다면 미국은 이를 인정할 수 있느냐”고 묻기도 했다.

미국은 ‘비핵화 우선론’=허 부부장의 질문에 스타인버그 부장관은 “받아들일 수도 없고, 용납할 수도 없다”고 단호하게 대답했다. 미국의 최우선 목표는 북한의 비핵화라는 점이 국무부 전문에 명확하게 드러난다. 스타인버그 부장관은 다이빙궈 외교담당 부총리와 만난 자리에서 “미국은 북한에 어떤 적대감도 없다”며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는 방향으로 움직인다면 우리도 외교관계 정상화로 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니콜라스 번스 국무부 차관은 지난해 12월 왕자루이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에게 “북한의 비핵화는 미국 안보의 핵심 사항인 만큼 직접 협상도 가능하다”며 “유연하고 창의적인 외교적 노력을 계속하겠지만 언젠가는 미국의 인내심도 바닥을 드러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