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키리크스 외교문건 공개] 中에 부정적 평가까지… 정부 잔뜩 긴장
입력 2010-11-30 18:44
폭로 전문 웹사이트 위키리크스가 미국 국무부의 외교전문을 공개하면서 우리 정부도 잔뜩 긴장하는 모습이다. 정부가 대북·대중 현안과 관련해 미국 당국과 나눈 민감한 내용들이 여과 없이 흘러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외교통상부 당국자는 30일 “다른 나라의 외교 문서를 직접 언급하기 적절치 않다”면서도 “폭로 내용에 대해 확인해 줄 수도 안할 수도 없어 답답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미국 정부가 현재까지 ‘노코멘트’ 전략을 취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 정부가 대응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공개된 외교 전문 중 정부를 가장 당혹스럽게 하는 부분은 중국과 관련된 내용이다. 특히 천영우 외교안보수석이 과거 다른 직책을 맡고 있을 당시 캐슬린 스티븐스 주한 미국대사를 만나 중국 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우다웨이(武大偉) 한반도사무 특별대표를 원색적으로 비난한 대목이다.
이 외교 전문에 따르면 천 수석은 우 대표를 중국에서 가장 무능하고 오만한 관리, 북한과 비핵화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는 홍위병 출신의 오만한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우 대표는 중국 지도부와 한반도 현안을 논의하는 첫 관문이고, 천 수석은 외교·통일·국방부를 아우르는 외교안보 사령탑이다. 가뜩이나 북한의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 공개와 연평도 포격 도발을 겪으며 껄끄러워진 한·중 관계를 고려하면 정부로서는 위키리크스 파동이 더욱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연평도 포격 도발 후 본격화되고 있는 대북 외교전을 진행하는 데 또 다른 ‘변수’가 등장한 셈이다.
그 외에도 중국의 대북 정보나 영향력이 과장된 측면이 있다는 한국 정부의 중국 정부에 대한 부정적 평가도 공개됐다.
정부는 추가 폭로 내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외교부 관계자는 “국가 최고 지도자에 대한 평가와 같은 극도로 민감한 내용은 아직 공개된 것이 없지만 공개됐거나 공개될 전문이 25만건에 달한다”고 우려했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