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키리크스 외교문건 공개] MB, 2009년 남북 정상회담 추진 거부

입력 2010-11-30 18:45

남북한이 지난해 하반기 이명박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간 정상회담을 추진했다는 주장이 사실로 확인됐다. 회담은 북한이 막대한 경제적 지원을 선결조건으로 요구했고, 이 대통령은 이를 거부하면서 성사되지 못했다.



인터넷 내부고발 자료 폭로사이트 위키리크스가 29일(현지시간) 공개한 주한미대사관의 외교 전문(電文·cable)에는 남북정상회담 관련 내용이 2건 있었다.

전문에 따르면 올해 1월 11일 유명환 당시 외교통상부 장관은 로버트 킹 미 국무부 북한인권대사를 만난 자리에서 남북 간 정상회담이 곧 열릴 것이라는 언론보도를 부인했다.

유 장관은 그러면서 “북한과 이 문제(정상회담)를 논의하고 있지만 청와대가 제시한 2개의 조건을 북한이 소화하기까지는 시간이 좀 더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유 장관이 설명한 청와대의 전제조건은, 핵문제가 남북정상회담의 의제가 돼야 한다는 것과 회담을 대가로 북한에 돈을 지불하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김성환 현 외교통상부 장관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으로 있던 올 2월 3일 커트 캠벨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를 만난 자리에서 지난해 가을부터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했다고 밝혔다.

김 장관은 당시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영국 B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곧 만날 것으로 언급한 내용에 대해 “지난해 가을부터 북한과 접촉했다”며 “북한은 회담을 열기 전 먼저 상당한 양의 경제적 지원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조건은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었다며 이 대통령이 언론 인터뷰에서 “남북정상회담을 돈으로 사지 않겠다”고 말한 사실을 상기시켰다.

이 대통령은 지난 1월 28일 BBC와의 인터뷰에서 “연내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주한미대사관은 이 같은 내용을 기밀로 분류해 국무부에 보고했다. 캐슬린 스티븐슨 주한 미 대사는 또 지난해 1월 12일 보고한 전문에서 이명박 정부의 임기 동안 남북관계가 동결되면서 북한이 상당한 수준의 도발을 해올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스티븐슨 대사는 ‘이명박 정부의 대외정책’이란 보고서에서 “청와대와 접촉한 바에 따르면 이명박 대통령은 임기 말까지 남북관계를 동결시킬 태세”라면서 “그의 보수적인 조언자들과 지지자들은 이 같은 강경정책 때문에 북한이 상당한 수준의 도발을 감행할 수도 있지만, 북한을 흔들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법은 이것뿐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는 연평도 사태 등 북한의 도발이 과거 정부의 대북 포용정책 때문이라는 이 대통령의 지난 29일 담화와는 상반되는 분석이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