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연평도 도발] 연평도 돌아보니… 길목마다 검문검색, 곳곳에 군장비 굉음 ‘팽팽한 긴장’

입력 2010-11-30 18:31


“포탄 파편에 맞아 차가 이렇게 됐는데 현재로서는 계속 이 차로 순찰을 돌 수밖에 없네요.”

북한의 연평도 포격 후 일주일이 지난 30일, 연평파출소 최두규(57) 소장은 앞유리가 산산조각 난 순찰차를 안타깝게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최 소장은 “순찰차만이 아니라 마을 곳곳에서 피해가 발생했다”며 아찔했던 당시를 설명했다.

망가진 순찰차를 타고 순찰에 나서는 최 소장을 따라 둘러본 연평도는 전쟁터를 연상케 했다. 민가는 포탄에 맞아 무너졌거나 화염에 그을려 폐가가 된 곳이 많았고, 인적이 끊긴 골목길엔 차가운 바닷바람만 거세게 불었다. 전봇대엔 ‘교전의 위험이 있다고 판단되는 지역은 진입을 통제한다’는 공고가 붙어 있었다.

이처럼 황량한 분위기에도 섬 곳곳에서는 팽팽한 긴장감이 느껴졌다. 특히 군부대 주변은 전시 상황을 방불케 할 만큼 삼엄한 경비가 이뤄지고 있었다. 순찰차가 해안도로를 따라 이동하다 군부대 입구 쪽으로 접근하자 차량을 발견한 군인들이 곧바로 막아섰다. 군인들은 무장한 상태였고 이들의 무전기에서는 쉴 새 없이 무언가를 지시하는 무전이 날아들었다. 입구에서 바라본 군부대 내에는 전날까지 보이지 않던 군장비들이 들어서 있었다.

운전대를 돌려 다시 민가 쪽으로 향했다. 언론 보도를 통해 파괴된 연평도를 보고 이곳을 찾았다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벽화를 그리는 화가라고 자신을 소개한 서모(41)씨는 주택가 골목에서 깨진 유리창을 줍고 있었다.

서씨는 “언젠가 섬으로 돌아올 주민들을 위해 미리 유리조각이라도 치워놓고 싶었다”며 “그때가 되면 다시 연평도에 와서 마을 곳곳에 벽화를 그려주고 싶다”고 희망했다. 서씨 외에도 자원봉사 및 치안활동을 위해 연평도를 찾은 특수임무수행자회(HID) 회원 등도 눈에 띄었다.

순찰을 도는 동안 최 소장의 휴대전화는 쉴 새 없이 울렸다. 주민들의 전화가 많았다. 최 소장을 포함해 연평파출소에 근무하는 경찰관 5명은 주민들이 육지로 피신하면서 빈집이 늘어난 데다 외부인의 출입이 잦아져 이전보다 훨씬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다고 했다.

순찰을 마친 차량이 파출소로 진입할 즈음에도 주민 이강순(63)씨의 전화가 걸려왔다. “급하게 피난 오느라 집에 불도 다 켜놓았는데 너무 걱정이 된다”는 내용이었다.

최 소장은 “빈집에 혹시 문제가 없는지 살피는 일에 가장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고 말한 뒤 홀로 이씨의 집으로 향했다.

연평도=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