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연평도 도발] “전략상 모호함 유지… 北발뻗고 잠 못자게 할 것”

입력 2010-11-30 18:22


이명박 대통령이 29일 연평도 담화를 통해 “북한에 대한 기대를 접었다”고 밝힌 이후 대북 정책에 대한 궁금증이 확대되고 있다. 정부가 어떤 방식으로 남북 관계를 이끌어나갈 것인지, 북한에 대한 추가적인 강경 조치에는 무엇이 있는지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당분간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고위 관계자는 30일 “앞으로 어떤 정책을 구사할 것인지에 대해 확인해주지 않겠다”고 말했고, 다른 관계자 역시 “이후 대북 정책의 방향에 대해서는 코멘트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대북 압박 정책을 모두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을 부각시키겠다는 의미다. 고위 관계자는 “‘이 정책은 아니다, 저 정책은 아니다’라는 식으로 언론에 확인해줌으로써 북한이 발 뻗고 편히 잘 수 있게 만들지 않겠다”고 했다. 그동안 정부가 겉으로는 강하게 나가면서도 속으로는 대화를 원하는 듯한 인상을 줬기 때문에 대북 정책의 폭이 줄어들었다는 판단이 작용한 듯하다.

일부 언론은 청와대가 ‘레짐 체인지(Regime Change·정권교체)’까지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으나 김희정 대변인은 “정부는 북한의 레짐 체인지를 검토하거나 정책화한 바 없다. 대통령도 이와 관련해 어떤 언급을 한 적도 없다”고 부인했다. 레짐 체인지는 김정일 정권을 붕괴시키기 위해 우리 정부가 직간접적인 행동에 나선다는 의미인데, 비현실적이라는 지적이 많다. 핵심 관계자는 “우리가 계획한다고 북한 정권을 바꿀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문제는 지금보다 더 강한 대북 정책이 무엇이냐 하는 점이다. 정부는 천안함 사태 이후 5·24 대북 제재안을 발표했고, 미국 역시 행정명령을 통해 북한 정권의 비자금 압박 정책을 실행 중이다. 유엔 제재안도 유효한 상태다. 청와대 관계자들조차 “현재 사용되는 대북 제재안은 수준이 매우 높다”고 말할 정도다. 추가로 나올 수 있는 대북 압박 정책은 천안함 사태 이후 검토했던 확성기 설치 등 대북 심리전 재개, 서해 5도 전력 강화, 교전규칙 개정, 한·미 연합훈련 강화, 대북 지원 전면 중단 등이 꼽힌다. 중국이 제안했던 6자회담 재개는 한·미·일 모두 반대 입장이다.

이 때문에 청와대는 추가적인 대북 제재안을 즉각 발표하기보다 당분간 ‘상황 관리’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가장 큰 변수는 북한의 추가 도발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단언할 수는 없지만 북한은 연평도 포격을 통해 내부 결속과 우리 사회의 혼란 등 정치적 목적을 거뒀다고 평가하고 있을 것”이라며 “당장 추가 도발보다는 다음 단계 전략을 구사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상황 관리에 주력하는 것 자체가 천안함 사태의 반복이라는 비판도 있다. 정부는 천안함 폭침 이후 대북 강경 정책을 구사했지만 6개월이 지나면서 출구전략이 논의되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어떤 수순을 밟을지도 관심이다.

남도영 기자 dy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