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지표 뚝 뚝… 경기둔화 본격화?
입력 2010-11-30 21:34
경기가 정점을 지났다는 신호가 확연해졌다. 실물경기를 대표하는 산업생산이 눈에 띄게 감소했고, 기업들의 체감 경기지표도 올 들어 최저치를 기록했다. 일시적 요인이 작용한 점도 있지만 내년 경제성장률이 4% 초반 전후로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경제성장 둔화 조짐 뚜렷=30일 통계청이 발표한 10월 산업활동 동향에 따르면 광공업 생산은 지난달에 비해 4.2% 줄어 3개월 연속 하락했다. 감소 폭은 미국발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8년 12월(-10.4%) 이후 22개월 만에 최대치다. 특히 수출 주력 품목인 반도체와 자동차 부문의 생산 감소가 전체의 81%를 차지한 점이 주목된다. 제조업 평균가동률도 79.5%로 지난달에 비해 2.0% 포인트 하락했다. 향후 경기 국면을 가늠케 하는 선행종합지수와 동행종합지수도 각각 1.5% 포인트, 1.3% 포인트씩 떨어졌다.
기업들의 체감경기를 보여주는 기업경기실사지수(BSI)도 경기 둔화 우려를 반영했다. 한국은행이 이날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이달 제조업 재고수준 BSI는 지난달보다 2포인트 오른 106으로 지난해 6월(108) 이후 가장 높았다. 다음 달 재고수준 전망치도 이달 전망치보다 2포인트 오른 106을 기록했다. 재고수준 BSI가 기준치 100을 넘었다는 것은 재고 과잉을 느끼는 기업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기업보다 많다는 뜻이다. 인력사정 BSI도 이달 92로 기준치를 밑돌아 아직 인력 부족을 느끼는 기업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둔화세 당분간 이어질 듯=정부는 이번 산업활동 지표 하락이 그동안의 빠른 상승세가 정상화되는 과정에서 나타난 것이라고 설명한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경제성장 속도 둔화는 이미 시작됐으며 그 기조가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의 5% 전망과 달리 내년 경제 성장률은 4%대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이투자증권 박상현 이코노미스트는 “예상 밖으로 10월 산업생산이 부진했는데, 이후 재고조정 압력과 설비투자 둔화 등이 산업활동 전반의 성장을 떨어뜨려 내년 1분기까지는 둔화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김현욱 박사는 “그동안 매우 빨랐던 경기회복 속도가 정상화되는 과정으로 보인다”면서 “그러나 이전의 성장률이 유지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삼성경제연구소 권순우 거시경제실장도 “아직 향후 둔화폭이나 기간이 얼마나 될지 말하기는 어려운 시점”이라면서도 “그렇더라도 빠른 경기 상승세는 마무리되고 하강세로 접어들었다고 본다”고 말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8%로 내놓고 있다. 권 실장은 다만 성장 둔화조짐에 따른 정부정책 기조 변화 여부에 대해서는 “출구전략 실시에 조금 더 신중해지긴 하겠지만 현재 상황으로는 확대 정책 정상화라는 정책 기조를 돌릴 수준은 아니다”고 말했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