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10년새 7배”… 코리안리(재보험 업체), 동남아서 포효

입력 2010-11-30 18:21


‘동남아 재보험시장을 잡아라.’



중국과 인도 등의 경제발전에 힘입어 이 지역 재보험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세계 유수의 재보험사들이 몰려들고 있다. 특히 동남아의 금융 허브인 싱가포르에서의 경쟁이 치열하다.

재보험은 특정 보험회사가 인수한 보험 계약의 일부 또는 전부를 다른 보험사에 다시 넘기는 것을 말한다. 올해 4월 발생한 멕시코만 원유유출 사고로 발생한 보험손해액은 무려 35억 달러. 재보험 없이 이 보험금을 지급하려면 해당 보험사는 파산할 수밖에 없다.

재보험 성격상 재보험사는 규모가 크고 신용도가 높아야 한다. 동남아 재보험시장의 중심지인 싱가포르에서는 매출액 기준 상위 1∼5위 중 4개사를 세계적인 재보험사들이 차지했다.

이곳에서 국내 재보험사 코리안리가 고군분투하고 있다. 코리안리는 지난 10년간 싱가포르에서 매출액이 2000년 935만 싱가포르달러에서 지난해 6472만 달러로 7배나 뛰었다. 또 지난해 당기순이익도 869만5000달러에 달해 2000년 33만7000달러 적자와 비교하면 두드러진 실적을 보였다.

지난 24일 재보험사 코리안리 싱가포르 지점에서 만난 이영배(43) 지점장은 “코리안리가 지난해 싱가포르 재보험시장에서 매출 기준 13위를 차지했지만 수년 내 10위 안으로 올라갈 것”이라고 자신했다. 세계적인 보험중개사인 ‘가이 카펜터’의 리처드 존스 아시아법인 대표는 “코리안리는 특유의 공격적인 경영과 높은 신뢰도를 바탕으로 싱가포르시장에서 약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리안리의 성공에는 우리나라에 없는 금융환경이 자리 잡고 있다. 싱가포르의 금융감독 체계는 어느 동남아 국가들보다 투명하고 문턱이 낮다. 이 지점장은 “금융당국에 이메일로만 문의해도 곧바로 답이 오는 등 접근하기가 (우리나라보다) 훨씬 수월하다”고 말했다. 또 해외 보험계약을 자국으로 끌어들이려는 노력도 눈에 띈다. 싱가포르는 해외에서 인수한 역외보험에 대해서는 10%의 법인세를 매겨 역내보험(17%)보다 낮췄다. 대부분이 국내 보험계약 위주인 한국과는 대조적이다. 코리안리 싱가포르 지점의 매출이 최근 급증한 것도 서남아시아, 호주·태평양 지역의 계약까지 인수한 덕분이다.

싱가포르=고세욱 기자 swk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