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키리크스 외교문건 공개] 美 정부, 당혹·분노… “유출자 끝까지 추적 기소”
입력 2010-11-30 18:12
위키리크스에 일격을 당한 미국 정부는 분노와 곤혹스러움 그 자체다.
대통령은 분노를 표시하고, 국무장관과 법무장관은 관련자 색출을 공언했다. 그런 와중에 ‘미국 외교관=스파이’라는 인식이 퍼져 곤혹스럽기 그지없다. 미국으로선 앞으로 외교 활동에 막대한 타격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미 언론들은 외교 전문 폭로인 점을 빗대 ‘케이블 게이트’라는 표현을 쓰기 시작했다.
로버트 기브스 백악관 대변인은 29일(현지시간)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의 심기가 “불편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폭로된 거의 모든 문건 내용엔 상대방 국가가 관련돼 있으니, 대통령으로서 뭐라고 언급하지도 못할 성질의 것이다.
제이콥 루 백악관 예산국장은 “이런 문건 유출은 용납될 수도, 용서받을 수도 없다”고 강조하면서 각 부처에 기밀보호 문제를 점검할 보안점검팀을 설치하도록 지시했다. 백악관의 험악한 기류를 보여준 조치다.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은 회견을 가졌다. 그는 “외교관들의 개인적인 관점과 판단, 사적인 토론들이 폭로된 건 심히 유감”이라며 “하지만 미국과 다른 국가 간 우호 관계는 이번 시련을 이겨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힐러리 장관은 폭로 관련자들을 끝까지 추적할 것이라고 공언하고, 기밀문건 취급에 대한 전반적인 제도개선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에릭 홀더 법무장관도 “폭로 수사과정에서 국내법 위반이 드러나면 기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출 진원지인 국방부의 경우 책임질 사람들이 많을 것으로 예상됐다. 폭스뉴스는 행정부 공무원과 군인 등 최대 300만명이 국방부 전산망의 각종 기밀자료에 접근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번 폭로로 미국 외교관들의 활동이 크게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도 점차 현실화돼 가고 있다. 폭로된 문건들이 아주 새로운 게 아니지만, 적나라하고 민감한 표현 때문에 미국과 상대국 간 신뢰가 깨질 가능성이 적지 않아 보인다.
당장 파라과이는 미국 외교관들이 2008년 자국 대선후보들의 생체정보 등을 수집하라는 전문내용에 대해 해명을 요구하겠다고 나섰다. 볼리비아는 미 마약단속국과 국제개발처, 일부 민간단체가 간첩행위를 했다는 내용에 대해 강력히 비난했다.
앞으로는 각국 외교관들이 미국 외교관들에게 말조심할 것이라고 언론들은 분석하고 있다. 하원 정보위의 피트 혹스트라 의원은 CBS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사태를 “미국 정보기관과 국방부가 기밀을 유지하지 못하고 저지른 거대한 실패”라고 비판했다.
워싱턴=김명호 특파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