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키리크스 외교문건 공개] 각국 반응…차베스 “클린턴 사임하라”

입력 2010-12-01 01:20

위키리크스에 의해 미 국무부 외교 전문(電文)이 낱낱이 공개되면서 후폭풍이 거세다. 각국에서 외교 갈등으로 번질 조짐이 보이고 미 외교력에도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폭로가 이뤄진 지 하루 만인 29일(현지시간)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부 장관의 사임을 요구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독설로 유명한 그는 “미 제국주의가 드디어 가면을 드러냈다”면서 “그의 사임만이 스파이 짓에 책임질 수 있는 최소한의 조치”라고 몰아세웠다.

엑토르 라코냐타 파라과이 외무장관은 미 외교관들이 2008년 파라과이 대선 후보들의 생체 정보 등 개인 신상을 수집하라는 지시를 받았다는 내용과 관련, 미국 측에 공식 해명을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수도 아순시온 주재 미국 대사도 이날 소환했다.

볼리비아 정부도 미 마약단속국(DEA)과 국제개발처(USAID), 일부 민간단체가 간첩행위를 했다는 외교 전문과 관련해 “미 평화봉사단 등도 스파이 활동에 가담했다”면서 “(미국 첩보활동 관련) 정보가 더 모이기를 기다렸다가 미 정부를 고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활짝 웃으며 악수하는 포토라인 이면에서의 외교 갈등 비화 등도 드러났다. CNN방송은 이란 핵 프로그램을 둘러싸고 미국과 터키가 지난해 10월 격하게 충돌했다고 전했다. 당시 제임스 제프리 앙카라 주재 미 대사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총리가 이란의 핵 개발 논란을 ‘잡담’으로 치부한 것을 보고했다. 이에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그해 피츠버그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에서 이란 핵 야심을 비난한 문건을 들고 터키 외교차관을 향해 “이게 잡담이냐”고 언성을 높였다.

애써 무시하는 모습을 보이는 국가도 있었다.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가니스탄 대통령실은 외교 전문이 카르자이 대통령을 ‘편집증적이고 극도로 허약한 남자’로 묘사했다 하더라도 양국 간 관계는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 또한 아랍 국가들의 이란 공격 촉구 외교 전문 내용에 대해 “이번 폭로는 못된 짓이며 가치 없는 문서들”이라고 평가 절하했다.

손영옥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