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키리크스 외교문건 공개] 정보유출 유력 용의자 ‘매닝 일병’ 주목

입력 2010-11-30 18:11

위키리크스가 미국 국무부 외교전문 25만여건을 공개해 파문을 일으키면서 정보 유출 용의자인 미군 일병 브래들리 매닝(23)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AP통신 등 미국 언론은 29일(현지시간) 매닝의 근황을 잇따라 보도하고 나섰다.

위키리크스는 지난 4월 미군 헬기의 민간인 총격 영상, 7월 미군의 아프가니스탄전 기밀문건 9만여건, 10월 이라크전 기밀문건 39만여건을 공개한 바 있다. 미 당국은 매닝이 뒤에 있는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컴퓨터 해커 출신인 매닝은 2007년 입대한 뒤 이라크 주둔 제10 산악사단 제2여단 소속 정보 분석병으로 배치됐다. 하지만 같은 해 미군 헬기가 바그다드에서 민간인들을 총격하는 영상을 위키리크스에 제공한 혐의로 지난 5월 체포돼 현재 구금된 상태다. 콴티코 해병기지 교도소에 수감된 매닝은 유죄가 확정되면 최고 52년 징역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

당시 그는 위키리크스에 이 영상을 넘긴 것을 친구인 컴퓨터 해커 애드리언 라모에게 이야기했다가 덜미를 잡혔다. 그는 라모와 벌인 인터넷 토론에서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을 비롯한 전 세계 외교관 수천명이 어느 날 아침잠에서 깨어났을 때 비밀로 분류된 외교문서 전체가 일반에 공개된 사실을 알면 심장마비에 걸릴 것”이라고 썼다고 당시 인터넷 매체 와이어드(wired.com)가 보도한 바 있다.

미국을 비롯해 각국 정부가 ‘무책임한 폭로’라며 위키리크스를 강력 비난하고 있지만 언론계와 시민단체들 사이에서는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는 의견도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위키리크스로부터 문건을 미리 건네받은 가디언 등 5개 언론사는 물론이고 다른 언론사와 시민단체들은 위키리크스를 옹호하고 있다. 크리스찬사이언스모니터는 29일 ‘브래들리 매닝은 범죄자가 아니라 영웅이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위키리크스가 공공의 알권리를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고, 가디언은 30일 위키리크스가 언론의 신뢰를 회복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