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개최지 선정 D-1… 잇단 뇌물 스캔들 ‘혼돈의 FIFA’
입력 2010-11-30 18:08
국제축구연맹(FIFA)이 2018·2022년 월드컵 개최지 선정을 앞두고 잇따라 터진 뇌물 의혹 등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영국 BBC는 30일(한국시간) 자사의 프로그램 ‘파노라마’를 통해 FIFA 집행위원 3명이 유명 스포츠 마케팅사인 ISL로부터 거액의 뇌물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뇌물 의혹을 받고 있는 집행위원은 브라질축구협회장 히카르두 테세이라, 남미축구연맹 회장 니콜라스 레오즈, FIFA 부회장 겸 아프리카축구연맹 회장 이사 하야투 3명이다. BBC는 이들이 1989년부터 1999년까지 모두 175차례에 걸쳐 1억 달러에 달하는 뇌물을 수수했다고 설명했다.
FIFA 집행위원에 대한 뇌물 의혹 보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전날 스위스 일간 존탁스차이퉁은 익명의 제보자를 근거로 “거액의 뇌물을 받은 집행위원들의 명단이 떠돌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 영국 선데이타임스는 지난달 함정 취재를 통해 집행위원 2명이 금품을 대가로 표를 행사할 수 있다는 의혹을 보도해 아모스 아다무와 레이널드 테마리 집행위원이 자격 정지를 받도록 했다.
뇌물 의혹과 함께 카타르와 스페인-포르투갈의 투표 담합설도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2018년 월드컵 유치를 목표로 하는 스페인-포르투갈과 2022년 월드컵 유치를 희망하는 카타르가 서로 이해관계에 맞게 투표하기로 담합했다는 의혹은 FIFA 윤리위원회에 의해 종결된 사안이지만 개최지 선정과 관련한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하게 만들고 있다.
개최지 선정을 앞두고 이처럼 각종 의혹들이 쏟아지자 국제투명성기구(TI)는 급기야 개최지 투표 연기를 요구했다.
TI 스위스 본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2018·2022년 월드컵 개최지 선정 투표는 언론을 통해 폭로된 의혹이 명백히 가려진 이후로 미뤄야 한다”고 밝혔다. 잇따르는 뇌물 의혹으로 FIFA 자체에 대한 신뢰가 떨어진 상황에서 개최지 투표 선정은 논란을 확대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해결책과 관련해 TI는 “모든 진실을 규명하기 위해서는 보다 독립적인 기구가 조사를 담당해야 하며 해당 기구에 더 폭넓은 권한이 부여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