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연평도 도발] 지금 北·中 접경지역엔… 24시간 비상대기
입력 2010-11-30 22:07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 이후 한·미 서해 연합훈련으로 북·중 접경지역은 경계 강화 등 초긴장 상황이다. 북·중 간 경제 협력은 당장 큰 영향을 받지는 않고 있지만 관광객이 급격히 줄고 인적 교류도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29일 오후 3시쯤 두만강을 두고 북한 남양과 마주보고 있는 지린(吉林)성 투먼(圖們)시 ‘도문강 관광부두’. 여느 때라면 관광객들이 북적였을 이곳은 인적이 뜸했다. 겨울철인 탓도 있지만 한반도 긴장 상태와 무관치 않다고 현지 주민들은 전했다. 불과 20여m 떨어진 두만강 건너편 남양에도 북한 주민들의 모습은 찾기 어렵다. 부두 밖 커피숍과 공원에도 운동 나온 중국 주민 몇 명만 보일 뿐이다.
걸어서 5분 거리의 인근 투먼대교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지난 8월 방중 후 귀국할 때 이용했던 투먼철교도 경계 중인 무장 경비병만 보일 뿐 한산했다. 한때 투먼대교에 중국 관광객 20여명이 북한과 경계 지점인 다리 중간까지 걸어가며 구경한 뒤 곧바로 자리를 떴다. 투먼대교 경비병은 사진 촬영을 제지하는 등 민감하게 반응했다.
북·중 무역창구 중 하나인 투먼 세관도 한산하기는 마찬가지였다. 투먼에 산다는 60대 조선족 할머니는 옷과 생필품 등 보따리 5개를 세관 입구에 내려놓은 채 허탈한 표정만 지었다. 이 할머니는 “세관 안 북쪽 구역에서 오늘 북한에 사는 조카(오빠의 딸)를 만나 전해주려고 했는데 만나지 못했다”며 한숨지었다. 할머니는 “연평도 포격 사건 이후 북한 쪽에서 경계가 강화돼 못 나온 것으로 전해 들었다”면서 안타까워했다. 세관 관계자는 “요즘엔 하루에 한두 명만 이곳을 통과할 뿐”이라고 말했다.
투먼의 한 대북 소식통은 “연평도 사태 이후에도 북·중 간 기본적 경제 협력은 계속되고 있지만 접경지역에 대한 경계가 대폭 강화되면서 중국 조선족과 북한 주민 간 친인척 방문이나 관광 등 인적 교류는 크게 위축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동북 지역을 관할하는 중국 인민해방군 선양(瀋陽)군구가 연평도 사태 직후 지린과 랴오닝(遼寧) 일대 북·중 접경지역 예하 부대에 비상 경계태세를 발령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투먼과 단둥(丹東), 퉁화(通化) 일대엔 군부대가 24시간 비상 대기태세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수도 베이징을 방어하는 베이징군구와 북한 접경 지역 관할 선양군구는 최근 방공훈련과 육·공 합동 군사훈련을 실시했다고 중국군망(軍網)이 30일 보도했다. 이번 훈련은 한·미 서해 연합훈련에 대한 대응과 국경 지역에서의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주말 사업차 북한에 다녀왔다는 옌지(延吉)의 한 사업가는 “북한 쪽에서도 접경 지역을 중심으로 경계가 강화되고 있다”면서 “이는 탈북자가 늘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사업가는 또 “북한 TV에서는 연일 연평도 사건과 한·미 연합훈련 소식을 전하고 있다”면서 “북한 주민들은 특히 연합훈련을 북한에 대한 공격준비 차원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그는 북한 주민들이 크게 동요하지는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옌지·투먼=글·사진 오종석 특파원 js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