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포커스-박병광] 다시 시험대에 오른 중국의 대북외교
입력 2010-11-30 17:56
중국의 대북외교가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북한의 연평도 포격사건 이후 국제사회는 한목소리로 중국의 대북영향력 발휘를 촉구하고 있다. 당면한 한반도 위기상황의 책임이 어디에 있는지 중국은 태도를 명확히 하고 북한이 다른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압력을 행사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중국의 반응은 천안함 사건 때처럼 시원찮다. 중국정부는 남북한 양측의 냉정과 절제를 요구하면서 한반도 평화를 강조하는 등 원론적 입장에 머물러 있을 뿐이다.
국제사회가 중국의 책임 있는 역할을 강조하는 것은 북한에 대해 절대적 영향력을 갖고 있는 나라가 중국이며 중국의 태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국은 천안함 사건의 경우에서 확인한 바와 같이 대북 영향력 발휘에 매우 소극적이다. 심지어 중국의 일부 관료와 전문가들은 북한에 대해 별 영향력을 갖고 있지 않다고 주장한다. 중국은 북한에 대해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능력’이 정말로 없는 것일까 아니면 영향력을 발휘할 ‘의지’가 없는 것일까?
능력 있지만 영향력 발휘 꺼려
영향력(influence)의 사전적 의미는 ‘다른 것에 작용을 미치어 반응이나 변화를 주는 일, 또는 그 작용을 일으키는 힘’을 일컫는다. 그러나 영향력은 권력(power)과 달라서 일방적으로 발휘되기보다는 상호간의 복잡한 관계 속에서 규정된다. 즉 세계 최강의 권력을 지닌 미국일지라도 북한에 대해서는 큰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이다. 북한과 미국의 양자관계에서는 상호신뢰나 의존도, 자원 제공 등 영향력 행사의 능력이나 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반면 중국은 북한의 유일한 우방국이며 원유와 식량 등 이른바 ‘전략물자’의 절대량을 공급할 뿐 아니라 북한에서 통용되는 생활필수품의 80% 이상이 중국산이다. 적어도 영향력에 관한 능력요소의 측면에서 중국은 압도적인 조건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도 중국이 대북 영향력 발휘를 주저하거나 영향력이 극히 제한적이라고 말하는 것은 결국 영향력 발휘의 의지가 약하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첫째, 중국은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시도한다 해도 성공확률은 매우 낮은 반면 기회비용은 지나치게 높은 것으로 인식한다. 중국지도부는 어설픈 영향력 행사로 인해 오히려 북·중관계가 악화되고 대북 영향력마저 완전히 상실할지 모른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둘째, 중국의 북한에 대한 전략적 이해는 대북 영향력 발휘의지를 감소시키는 또 다른 요인이다. 북핵문제의 전개과정에서 보았듯이 중국은 북한의 핵 보유로 인한 전략적 불이익보다 북한정권 유지에 따른 전략적 이익이 더 크다고 본다. 중국은 북한이 도발행위를 하거나 국제사회의 문제아로 등장해도 북한을 감싸 안고 가는 것이 궁극적으로 자국에 유리하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의 연평도 포격사건은 군인들이 희생된 천안함 사건과는 근본적 차이를 지닌다. 그것은 대한민국 영토에 대한 직접적 공격행위이며 군인뿐 아니라 민간인마저 무차별 살상하는 야만적 폭거였다. 만일 천안함 사건 발생 시 중국이 북한에 대해 영향력을 발휘하고 국제사회의 요구에 귀 기울였다면 연평도 포격사건은 발생하지 않았을지도 모를 일이다. 중국이 대북 영향력 발휘에 소극적일수록 북한은 더욱 대담하고 호전적으로 변해갈 것이다. 이는 장차 중국의 전략적 이익에도 심대한 위협으로 작용할 게 분명하다.
‘책임대국론’ 행동으로 보여야
후진타오(胡錦濤) 시기 중국은 국제사회를 향해 ‘책임대국론’을 외쳐 왔다. 이제 중국은 말이 아닌 행동으로서 책임 있는 대국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 중국은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그리고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에 직접적 이해가 걸린 관련국으로서의 책무를 다해야 한다. 중국은 북한에 대한 책임추궁과 더불어 그것이 강요(compel)든 설득(persuasion)이든 재발 방지를 위한 영향력 발휘에 적극 나서야 한다.
박병광 국가안보전략硏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