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동족이기를 포기한 김정일 부자의 뻔뻔함
입력 2010-11-30 17:56
이명박 대통령은 그제 대국민 담화에서 북한에 더 이상 기대할 게 없다고 말했다. 그 진단은 지극히 옳아 보인다. 연평도 공격 후 김정일의 행동거지를 보면 이미 같은 민족으로서의 실오라기 같은 연민의 끈도 놓아버린 것으로 보인다.
연평도 포격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직접 지시였다는 정황이 뚜렷하다. 민가에 대한 무차별 공격으로 인해 대한민국은 애도와 충격에 휩싸여 있는데 포격 당사자인 김정일은 보란 듯이 대외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심지어 김정일이 후계자인 셋째 아들 김정은과 함께 북한의 국립교향악단 공연을 관람했다고 보도했다.
김 부자는 이에 앞서 평양무용대학과 평양시내 주택건설 현장을 시찰하고 평양의과대학과 용성식료공장 등을 방문해 현지지도를 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은 전했다. 정전협정을 위반하며 민간인 동족까지 숨지게 해놓고는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태연히 시찰을 다니고, 부자가 나란히 공연까지 관람하는 그 뻔뻔함에 우리 국민들은 분노를 넘어 치가 떨릴 수밖에 없다.
그러면서도 시도 때도 없이 지원을 요구하는 게 북한이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이 폭로전문 인터넷 사이트 위키리크스를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한국 정부는 지난해 가을 남북 정상회담을 위해 북한과 접촉했으나 거액의 대가를 요구해 불발됐다고 한다. 그동안 틈만 나면 돈을 요구해왔음을 감안하면 당시 상황을 미루어 짐작할 만하다. 남북 정상이 만나 대화를 하자는데 왜 대가가 필요한가. 결국 지원을 안 해주니까 기분이 상했고, 급기야 이런저런 꼬투리를 잡아 민가 밀집지역에 포격까지 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그러면서도 돈줄인 개성공단과 관련해서는 일언반구 없는 것도 참으로 뻔뻔하고 이중적인 북한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다.
북한은 지금 핵무기와 서울 등 수도권 타격이 가능한 장사정포로 협박하며 남한을 어르고 뺨치는 등 희롱하고 있다. 하지만 무력을 동원한 협박은 먹혀들 수 없고, 자칫 무모한 도발 책동은 자멸을 초래할 뿐이다. 핵무기의 완전한 폐기를 통한 한반도 긴장 완화가 그나마 체제를 유지하면서 북한이 살 길이라는 점을 김 부자는 인식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