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문일] 인터넷 알카에다
입력 2010-11-30 17:50
위키리크스(WikiLeaks) 창설자 줄리언 어샌지(Julian Assange·39). 호주 출신으로 1992년 24건의 해킹 죄로 유죄판결을 받았다. 위키리크스를 통해 2007년부터 미국의 기밀문서를 폭로, 주가가 오르자 해커에서 인터넷활동가(internet activist)로, 저널리스트로 호칭이 격상됐다.
“저널리즘이란 본질적으로 물의를 빚는 일이다.” 그가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갈파한 언론관이다. “권력자의 횡포와 싸우는 것이야말로 저널리즘의 역할”이라고도 했다. “위키리크스 활동에 대한 반발이 심한 것은 사이트 창설의 목적이 달성되고 있는 증거”란다. 그런데 정작 본인은 성폭행 혐의로 고소당해 쫓겨 다니고 있다.
그의 저널리즘이 지금 세계 여러 나라를 곤경에 빠뜨렸다. 위키리크스는 올 들어 미국의 이라크전과 아프간전 기밀문서와 민간인 살상 동영상 등을 폭로하더니 엊그제 미국의 최근 3년치 외교전문 25만건을 공개했다. 그 충격에 대해서는 “세계 외교가의 9·11테러”라는 이탈리아 외무장관의 통탄이 가장 적확한 표현이다. 그렇다면 어샌지는 인터넷 알카에다?
국가 업무에는 공개하지 못할 부분이 존재한다. 예를 들면 군사 정보 외교 활동이 그렇다. 모두 상대가 있는 일종의 게임이다. 위키리크스의 외교전문 폭로는 외교의 마당을 뒤집은 것과 같은 행위다. 이는 미국뿐 아니라 상대국에도 마찬가지로 악영향을 미친다. 한 번의 거짓말을 위해 99번 정직해야 하는 게 외교다. 속내가 다 까발려진 채 벌이는 외교 교섭은 재미없고 비생산적일 것이다.
한국의 피해도 작지 않다. 중국 외교관과의 비공식적인 대화가 미국에 고스란히 전달된 게 드러났다. ‘한국인들은 비밀을 지키지 못한다’는 중국 외교가의 평판이 입증된 것이다.
위키리크스는 ‘대중을 위한 최초의 정보기관’을 표방한다. 쉽게 말해 내부고발자(whistleblower)에게 깔아준 멍석이다. 내부고발은 조직에 속한 사람이 내부의 부정과 불법을 감독기관이나 언론기관에 통보하는 행위다. 우리나라에서는 2007년 김용철 변호사의 비자금 폭로가 삼성그룹을 뒤집은 게 대표 사례다.
조직이나 상사에 대한 불만, 해고에 대한 보복, 파벌투쟁에서의 승리, 불의에 대한 혐오감, 제3자의 요구 등이 내부고발의 동기로 꼽힌다. 이라크에서 정보분석 요원으로 활동한 병사가 외교문서 유출 용의자로 지목받고 있다. 인터넷 채팅에서 이를 암시했다가 체포됐다고 한다. 그의 동기는 무엇일까 궁금하다.
문일 논설위원 norw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