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1일 개소 앞둔 소망교도소 탐방
입력 2010-11-30 17:12
[미션라이프] 경기도 여주 시내에서 차로 30여분 거리의 북내면 외룡리. 이 곳에 우리나라 최초의 민영교도소 ‘아가페 소망교도소’가 개소 준비를 마친 채 수용자들을 기다리고 있다. 1일 개소일을 하루 앞두고 가 본 소망교도소는 아직 사람의 손길을 타지 않아 모델하우스 같은 느낌이었다. 이 곳에서 ‘재복역율 3% 이하’를 지향하는 교화형 교도소라는 역사적 실험이 시작된다. 교도소 내부 시설과 프로그램, 지나온 과정을 설명하는 관계자들의 표정에는 비장함도 엿보였지만 기대와 설렘이 더 커 보였다.
◇시설부터 인간적으로=물론 창살은 있다. 건물 안팎의, 공간을 나누는 창문과 문에는 모두 창살이 설치돼 있다. 각 방은 자동제어 시스템으로 잠기고 열린다. 보안을 위한 시설은 여느 국영교도소 못지않게 철저하다.
다만 그 밖의 시설들에는 각별한 배려가 녹아 있다. 십자가를 본뜬 방사형 수용동은 복도와 홀마다 천장에 큰 채광창이 있다. 복도 창문은 성인 남자 기준으로 머리에서 무릎 사이 높이로 상당히 큰 편이다. 때문에 수용동 내부 어디나 볕이 잘 들어 밝다.
8개 동 중에서 2동 2호실 내부가 공개됐다. 권중원 교도소장은 “전날 밤 전 직원이 체험 프로그램을 하면서 내가 묵은 방”이라고 했다. 15.87㎡ 크기 5인실인데 5명이 지내기에 결코 넓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서양식 좌변기가 설치된, 유리로 됐을망정 어엿한 문이 달린 화장실과 22인치 화면의 벽걸이식 TV 등은 ‘갇혀 있는’ 곳이라기보다는 ‘생활하는’ 곳으로 보이게 했다. 독방조차도 배변 공간을 가슴 높이 벽으로 나누어 놓은 점, 재소자 직원 자원봉사자가 함께 식사한다는 식당 등 차별화를 위한 노력은 곳곳에서 발견됐다.
◇근본적 변화를 위한 교화=소망교도소가 내세우는 가장 큰 특징은 ‘교화형 교도소’라는 점이다. 600여 명의 자원봉사자들이 수용자들과 1대 1 멘토 관계를 맺고 매주 1회 이상씩 직접 만나 대화하게 되며, 내적 치유와 대인관계 훈련, 분노 조절, 음악·미술 치료, 직업 및 자격증 훈련, 출소 후 대비 교육 등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진행하게 된다.
이 중에는 기독교 프로그램이 상당수다. 피해자에게 용서를 구하는 화해 프로그램, 아버지학교 등이 이에 해당된다. 재단법인 아가페 이사장인 김삼환(명성교회) 목사는 “하나님의 사랑으로 재소자를 신뢰, 사랑하고 자율성과 책임성을 부여함으로써 사회와 가정의 일원으로 다시 서도록 변화시키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현재 평균 22.4% 정도인 재복역률을 3% 이하로 낮추겠다는 포부다. 이는 소망교도소가 벤치마킹한 브라질의 휴마이타 교도소의 재복역율 4%를 의식한 수치다. 아가페 재단이 준비 과정에서 여주교도소에서 6년간 매년 6개월씩 진행해 온 단기 프로그램도 재복역율 6%의 성과를 보인 점에서 그리 어렵지 않은 목표라는 설명이다.
물론 주일예배와 성경공부 등도 진행되지만 참여는 어디까지나 자율이다. 입소 자격도 잔여 형기 1∼7년에 재범 이하, 20∼60세 나이의 전국 교도소 남성 재소자 중에서 약물, 공안, 조직폭력 사범을 제외한다는 기준만 있을 뿐 종교 제한은 없다. 다만 소망교도소 프로그램 전반을 자세히 알린 뒤 이에 동의하는 사람, 스스로 변화를 간절히 원하는 사람을 면접 등을 통해 선발한다. 국정원장과 법무부장관을 지낸 김승규 아가페 이사는 “재소자 기준은 소망교도소가 시작 단계라는 점을 감안해 법무부가 정한 것”이라며 “앞으로 정착 단계에 따라 강력범죄자와 3범 이상 누범자 등도 받아들일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지나온 과정, 남은 과정=김 목사를 비롯한 아가페와 소망교도소 관계자들은 개소까지의 과정을 “참으로 어려웠다” “기적적이다” 등으로 표현했다. 1995년 10월 교계 몇몇 지도자들의 결의로 설립 운동이 시작돼 99년 12월 관련 법률이 국회를 통과했고 2001년 아가페 재단을 창립한 과정 등도 쉽지 않았지만 가장 어려웠던 것은 인근 주민들을 설득하는 일이었다고.
2003년부터 본격적으로 반대 운동에 나선 주민들을 설득하기 위해 김 목사가 수차례 직접 면담하는 등 지난한 과정을 거친 끝에 2005년 지역발전에 10억원을 기부하는 등 조건으로 협상이 타결됐다.
총 300억원에 달하는 공사비용 조달도 보통 문제가 아니었다. 여의도순복음교회 40억원, 명성교회 35억원, 광림교회 10억원, 사랑의교회 미화 10만달러와 10억원, 금란교회 6억5000만원 등 전국 6만 교회와 1200만 성도들이 십시일반으로 기여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8월에는 비용 부족으로 공사가 전면 중단되기도 했다. 김 목사가 명성교회 건축기금을 담보로 은행 대출을 받아 고비를 넘기고, 교도소 독방마다 교회 명칭을 붙이는 후원을 계좌당 3000만원씩 33개 교회로부터 긴급 모금하는 등 방법으로 겨우 공사를 마쳤다. 그러고도 아직 90억여 원의 공사대금 잔액이 남아 있다.
앞으로 운영에 대한 비용은 국영교도소의 90% 수준에서 국가가 부담하지만 성공적인 운영을 위해서는 교계의 기도와 지원이 절실한 상황. 이에 소망교도소는 오는 7일 준공식 및 감사예배 전날 60여명의 교계 지도자를 초청해 ‘갇힌 자의 심정으로 하룻밤 철야 기도를 갖는’ 체험 행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김 목사는 “한국 교회의 역량, 특히 재소자를 위한 사랑으로 무장하고 달려온 자원봉사 지원자들의 힘으로 소망교도소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면서 “이 교도소가 성공해 전 세계에 좋은 모델이 될 수 있도록 계속 도와 달라”고 당부했다.
여주= 국민일보 미션라이프 황세원 기자 hws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