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아침] 신종플루와 이웃사랑
입력 2010-11-30 17:23
얼마 전 외국 영화제에 초청받았던 우리 여배우가 현지에서 감염된 ‘신종플루’ 때문에 귀국 직후 사망했다. 날씨가 추워지면서 건조한 날씨 탓에 감기 환자가 크게 늘고 있다. 콜록거리는 기침소리는 여기저기 들리지만 기침할 때 팔꿈치나 손으로 가리는 ‘기침 에티켓’을 가진 사람은 눈에 띄지 않는다.
보건 당국은 콜레라나 장티푸스 같은 전염병이 발견되면 환자를 격리하고, 동시에 당국에 보고하도록 하고 있다. 놀랍게도 지금은 당연한 이런 조처가 시작된 것이 그리 오랜 역사를 가지지 못한다.
의사들은 1840년대까지 많은 병들이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병원체에 의해 감염되는 것을 몰랐다. 당시 유럽의 비엔나병원이란 곳은 영안실과 분만실이 복도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었고, 심지어 의사들은 시신을 만진 손으로 출산하는 아기를 받았다고 한다. 그 결과 산모들은 여섯 명 중 한 명꼴로 패혈증(Sepsis)으로 사망했다.
이때 이 병원의 의사 이그나즈(Ignaz Semmelweis)는 영안실 출입과 패혈증 발생과의 관계를 의심하게 됐고, 복도에 대야를 놓고 시체실에서 나온 의료진은 꼭 손을 씻고 분만실로 들어가게 했다. 그 결과 놀랍게도 산모 36명 중 한 명꼴로 패혈증 발병률이 급감했다고 한다. 이그나즈는 세균의 존재를 증명하지 못했으나, 후에 파스퇴르에 의해 세균의 존재가 증명되었다.
그런데 이보다 훨씬 오래 전부터 구약성경에는 이런 의학적인 감염관리법이 나와 있었다. 하나님께서는 나병 환자들을 ‘진영 밖에서 혼자 살라’고 하셨고(레 13:45∼46), 시신을 만진 이에게는 ‘흐르는 물’과 ‘몸을 씻음’을 명령했다(민 19:14∼19). 현대의 감염관리 지침과 다름이 없다. 광야에서 집단생활을 했던 이스라엘 민족이 전염병으로 많은 사망자를 낼 수 있기 때문에 하나님께서는 이러한 감염관리를 실천하도록 하신 것이다. 물론 성서가 의학전문 서적은 아니지만 100여년 전 사람들도 몰랐던 감염에 대한 개념이 3000년도 더 된 구약시대에 성서를 통해 이미 지켜지고 있었다니 실로 놀라운 일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신종플루 사망자가 1만3000명에 달한다고 한다. 생명을 위협하는 신종플루라도 손 씻기와 기침 시 입을 가리는 단순한 기침 에티켓만으로도 예방할 수 있다.
주님은 이웃을 자신과 같이 사랑하는 것이 사랑의 핵심이라고 말씀하셨다(마 22:37∼40). 오늘날 21세기를 살고 있는 우리는 “서로 사랑하라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 같이 너희도 서로 사랑하라”(요 13:35)는 신약시대의 새 계명을 지켜야 한다. 손 씻기는 물론 기침 에티켓 등 기본적인 감염관리를 생활 속에서 습관화하는 것이 나와 이웃의 건강을 지켜주는 것이다. 이 작은 실천이 예수님의 이웃 사랑을 실천하는 거룩한 순종이라고 할 수 있지 않겠는가? 분명 신종플루 사망자 1만3000명이라는 안타까운 숫자는 훨씬 줄어들 수 있을 것이다.
이철 연세의료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