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O 식물 전국 26곳 유출… ‘생태계 교란’ 비상

입력 2010-11-30 17:49


유전자조작 생물이 전국 생태계에 누출된 사실이 정부 조사결과 최초로 공식 확인됐다. 유전자조작 생물의 생태계 누출은 생물다양성 감소 및 생태계 교란 우려를 낳고 있어 정부는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등의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전국 26곳에서 누출 확인=환경부 국립환경과학원은 국내 식품·사료 공장 등 228곳을 조사한 결과 26곳에서 유전자조작 생물(GMO)이 유출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30일 밝혔다. GMO 옥수수가 일부 지역 텃밭에서 자생하고 있다는 본보 보도(2008년 4월 17일 2면) 이후 전국적인 GMO 생태계 유출을 정부가 나서 확인한 것이다.

현재 국내에서 유통되고 있는 GMO는 모두 해외에서 수입되고 있으며 콩, 옥수수, 면화씨(면실), 유채씨(채종)가 대부분이다. 항만으로 수입된 GMO는 곡물 운반 차량에 실려 식품·사료 공장으로 보내진다. 하역·운송 중 외부로 누출되지 않도록 관리돼야 하고 흘러나가도 싹을 틔우지 않도록 처리과정을 거쳐야 하지만 이번 조사결과 GMO 관리에 구멍이 뚫렸음이 확인됐다.

사료공장 9곳, 운송로 14곳, 사료공장 주변 텃밭 1곳, 운송로 주변 텃밭 1곳, 축사 1곳에서 GMO가 발견됐다. 이 가운데 11곳에선 GMO가 싹을 틔워 자라고 있는 상태로 발견됐고, 15곳에선 알곡 상태로 목격됐다. 발견된 지역도 인천, 충남 천안·논산, 강원도 원주·횡성, 전북 김제, 전남 나주, 경북 경주 등 전국적 분포를 보이고 있다.

과학원은 단백질 면역 분석을 통해 조사 대상의 유전자 조작 여부를 추정했다. 내년에는 검출 기법을 정밀화해 DNA분석을 통해 제조사까지 특정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GMO와 교잡의 차이=유전자 조작은 원하는 특징을 얻어내기 위해 다른 생물의 유전자를 선택해 작물에 인위적으로 이식하는 기술이다. 서로 다른 생물의 유전자를 조합시켜 유용한 성질을 가진 품종을 만든다는 점에서는 품종개량과 동일하다. 하지만 품종개량은 자연적으로 교배가 가능한 종 사이에서 시도되지만 유전자 조작은 동물의 유전자를 식물에 집어넣는 등 자연적으로 교배가 불가능한 생물종의 유전자를 이용한다. 따라서 GMO는 오랜 시간이 필요한 품종개량보다 빠르게 원하는 형질을 얻어낼 수 있지만 ‘자연의 섭리를 거스른다’는 종교계와 시민단체 등의 비판을 받는다.

품종개량은 전통적 방식으로 수천년 동안의 검증과정을 거친 반면 GMO는 1996년에 첫 상업재배가 시작될 정도로 역사가 짧아 인체와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생명공학 산업계는 독성, 알레르기, 유전자 안정성, 영양학적 검사 등 다양한 방법으로 안전성을 평가했기 때문에 인체에 위험을 미칠 가능성은 없다고 주장한다.

◇생태계 유출의 문제점= 정부가 GMO의 생태계 유출에 촉각을 세우는 까닭은 변형된 GMO의 유전자가 다른 생물체로 이동해 원치 않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월스트리트저널의 지난 6월 보도에 따르면 GM종자 개발사인 몬산토의 제초제 ‘라운드업’에 내성을 가진 잡초들이 대거 등장해 미국 농장주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몬산토는 강력한 ‘라운드업’을 출시하면서 이에 견딜 수 있는 GMO 브랜드 ‘라운드업 레디’ 콩·옥수수 등을 함께 발매했다. 내성을 가진 GMO를 파종한 뒤 라운드업 제초제만 뿌리면 잡초 걱정이 말끔히 사라진다는 것이다. 이런 방식으로 미국 시장에서 몬산토는 대두의 90%, 옥수수의 80%를 장악했다. 하지만 최근엔 라운드업에 내성을 가진 돼지풀, 말풀 등 최소 9종의 ‘슈퍼 잡초’가 미국 남부와 중남부의 GMO 농장에 타격을 입히고 있다. GMO 재배가 낳은 의도치 않은 결과다.

생태계로 누출된 GMO가 고유생물의 유전자를 오염시켜 생물 다양성을 훼손할 것이라는 염려도 만만치 않다. 생물자원의 중요성이 날로 높아지고 있지만 수십만 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한반도 미발견 고유생물종의 유전적 특성이 미처 밝혀지기도 전에 유전자가 오염돼 고유의 특질을 잃을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 필리핀 인도에서 주도적으로 개발하는 GMO 쌀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11월 해충 저항성을 높인 GMO 쌀의 생물안전 증명서를 발급했다. 등록과 시험재배 등의 남은 과정을 거치면 2∼3년 내에 공식적인 상업 재배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도 이르면 수년 내에 자체개발한 GMO 쌀이 상업재배에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

선정수 기자 j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