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 동성애 사역하는 앨리 선교사 "동성애 기독교인들의 한숨을 아는가?"
입력 2010-11-30 14:19
[미션라이프] 영국 출신인 앨리슨 톰린슨 선교사(Alison Tomlinson, 51. 이하 앨리)는 29년을 기독교인으로 살았지만 성 중독, 관계 중독에 빠져 있다가 5년 전 하나님을 인격적으로 만나 회복을 경험했다. 1999년 영어 강사로 한국에 왔다. 그후 2006년 11월에 관계 중독, 성 중독 및 동성애 관련 신앙서적 출판사인 ‘웰스프링’을 설립했다. 2007년 6월에는 서교동에 사무실을 개설하고 3명의 전임간사와 함께 출판사역, 개인상담, 강의 및 치유모임을 본격적으로 운영했다.
“그저 동성애자 한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함께 기도해주고 싶은데 한국 교회에서는 그것조차 너무 어렵습니다.”
앨리 선교사의 한숨 섞인 이 말은 동성애에 대한 한국 교회의 현주소를 그대로 전해주고 있다. 앨리 선교사는 “처음엔 성중독, 관계중독 사역을 목적으로 시작했는데 홈페이지가 개설된 후 도움을 요청한 사람들은 동성애 문제로 힘들어하는 기독교인이었다”면서 “하지만 사람들은 교회 내에는 동성애자가 없으며 또 없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동성애에 대한 한국 교회의 관심을 촉구했다.
역시 한국에서 동성애 관련 사역은 무리였다. 어머니의 유산으로 시작했으나 후원단체가 없는 웰스프링은 재정부족으로 2008년 서교동 사무실을 닫아야 했다. 현재 앨리 선교사는 용인대 영어 강사로 일하면서 임택순 간사와 함께 이메일 상담 및 주중 동성애 고민자 모임을 진행하고 있다.
동성애 치유사역의 좌절은 앨리 선교사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국제적인 동성애 치유사역단체 데저트 스트림(Desert Stream)의 대표 앤드류 코미스키(Andrew Comiskey) 역시 9년 전 한국에서 동성애 치유사역을 시작하려고 한국 교회의 협조를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 앨리 선교사, 그녀에게 한국은 ‘동성애 치유사역이 전무한 유일한 나라’로 새겨져 있다.
앨리 선교사는 웰스프링의 프로그램 개발을 위해 데저트 스트림에서 리빙 워터스(Living Waters)라는 훈련 과정을 수료했다. 하지만 리빙 워터스는 지역 교회를 기반으로 한 프로그램이어서 한 교회도 참여하지 않는 한국에서는 적용이 불가능했다.
현재 진행되는 주중 동성애 치유모임은 웰스프링 설립 이후 2년 넘게 지속되어왔다. 이 모임을 진행하고 있는 웰스프링 임택순 간사는 “모임 초반에는 자신의 문제를 말하는 것조차 꺼려했고 스스로 위축되어 있었는데 요즘은 자유롭게 나누고 함께 기도한다”고 귀띔했다.
앨리 선교사는 웰스프링 사역이 하나님께서 자신에게 맡기신 사명이라고 여긴다. 재정이나 비자 등 사역을 위해 넘어야 할 산들이 많지만 그녀는 “끝까지 갈 것”이라며 사역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하지만 그녀의 진정한 고민은 다른 데 있다. 웰스프링 모임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자신들의 신분을 숨겨야 한다는 한국의 현실이다.
“우리는 자꾸 동성애라는 특정한 죄를 말하지만 예수님께서는 동성애자를 특별히 더 나쁜 사람으로 보지 않았습니다. 기독교인으로서 우리 모두는 각자의 문제를 인정하고 하나님께 치유받아야 합니다. 예수님이 가장 크게 비난하신 죄가 있었다면 동성애가 아니라 종교인들의 위선이었어요. 교회는 어떠한 죄를 지은 사람이라도 받아들이고 사랑할 수 있어야 합니다. 동성애 문제로 고민하는 기독교인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정죄가 아니라 수용과 사랑입니다.”
다음은 앨리 선교사와의 인터뷰 전문.
어떻게 한국에 오게 되었나?
A: 11년 전 영어강사로 한국에 왔다. 지난 학기부터 용인대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고 있다.
소속 교파나 교단은?
A: 여러 교파에 있었다. 가장 최근에 있었던 교단은 구세군이다.
한국에서 동성애 치유 사역은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
A: 나 역시 관계 중독, 성 중독에 빠져 있었다가 5년 전 하나님을 인격적으로 만나 치유됐다. 29년 동안 기독교인으로 살았지만 하나님이 내 아버지라는 사실을 머리로만 알았다. 관계 중독이든 성 중독이든 동성애든 모든 문제의 원인은 깨어진 하나님과의 관계이고 유일한 해결책은 하나님을 아버지로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확신했다. 한국에서도 나와 같은 문제를 겪고 있는 사람을 도와줘야겠다 생각하고서는 이런 문제를 다루는 기독교 사역 단체, 교회 및 개인들을 찾아다녔지만 아무 정보도 찾을 수 없었다. 우선 관련 주제를 다루는 신앙서적의 필요성을 느끼고 국내 기독교 출판사 몇 곳에 문의를 했지만 아무도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결국 자비를 들여 웰스프링 출판사를 2006년 11월에 설립해 동성애, 성중독, 관계중독 등의 주제를 다루는 도서들 및 내 자서전을 출판했다. 그 후 본격적인 개인 상담 및 치유모임을 위해 2007년 6월 서교동에 사무실을 개설해 하나님과의 관계 회복을 통해 잃어버린 성적 정체성, 성적 온전함을 찾는 목적의 TBG(Taking Back Ground, 고지 탈환하기)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TBG 외에도 관계 회복 프로그램인 “샘”, 성중독 회복 프로그램인 “Pure Hearts"를 각 1회 운영했다.
TBG는 직접 개발한 프로그램인가?
A: 아니다. 포틀랜드 펠로십(Portland fellowship)이라는 단체에서 만든 프로그램이다. 웰스프링 사역을 전문적으로 하기 위해 4년 전 미국의 동성애 치유 사역단체인 데저트 스트림(Desert Stream)의 리빙워터(Living Waters) 동성애 치유 프로그램 교육을 수료했다. 그러나 데저트 스트림의 대표 앤드류 코미스키는 리빙워터를 한국에서 사용하지 말라고 했다. 데저트 스트림은 기본적으로 지역교회와 협력해 사역하고 리빙워터도 교회 내 프로그램으로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앤드류는 9년 전 한국에 초청받아 왔으나 그의 동성애 관련 설교를 들은 교회들은 그에게 동성애 관련 이야기를 자제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 이후 앤드류는 한국을 방문하지 않고 있다. TBG 프로그램을 만든 포틀랜드 펠로십의 대표 제이슨 톰슨(Jason Thompson)도 2년 전에 한국에 와서 동성애 관련 치유사역을 시도했으나 몇몇 단체 외에는 관심을 갖지 않았다고 말했었다.
특별히 한국에 동성애 관련 사역이 필요하다고 느낀 계기가 있었나?
A: 원래 웰스프링은 동성애 치유사역을 위해 만들어진 게 아니다. 내가 경험한 성중독, 관계중독의 상담 및 치유를 위해 만들었다. 그런데 홈페이지를 열자 문의해 온 사람의 대부분은 동성애 문제로 힘들어하는 기독교인들이었다. 그들은 자신의 문제를 가족이나 친구, 교회 내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어 괴로워하고 있었다. 미국의 초교파 동성애 치유사역 지원단체인 엑소더스(Exodus)의 조사에 의하면 동성애 문제가 성공적으로 치유된 사람들은 대부분 가족, 친구, 교회 같은 지원망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한국은 아무런 지원망이 없을뿐더러 자신의 동성애 문제를 누구에게 말할 수조차 없다.
또 한 번은 하나님께서 비전을 보여주셨다. 깊고 잔잔한 바다에 100명의 사람들이 빠져가고 있었다. 하나님께서 저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하겠느냐고 물었다. 헬리콥터, 구조대, 응급치료 지원단 등을 말했지만 그 중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은 없었다. 그때 작은 보트 하나가 보였다. 하나님께서는 한 번에 한 사람이라도 구해서 따뜻한 차와 덮을 것을 주라고 말씀하셨다. 웰스프링이 하는 일이 바로 그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많은 사람을 구할 순 없지만 동성애 문제로 힘들어하는 한 사람의 이야기라도 들어주고 함께 기도해주고 싶다. 슬프게도 한국 교회에서는 그것조차 힘들다.
2007년 사무실을 개설할 때 도움을 준 단체가 있었나?
A: 후원 교회나 기독교 단체를 찾았으나 한 군데도 찾지 못했다.
사무실 운영자금과 간사들 월급은 어떻게 마련했나?
A: 어머니의 유산으로 웰스프링을 시작하고 운영했다. 그러나 그마저도 힘들어져 재정부족 등의 이유로 결국 사무실 문을 닫고 전임간사였던 분들은 각자 일자리를 찾아 떠나야 했다.
전임간사들은 어떻게 모집했나?
A: 웰스프링 출판사를 시작하면서 번역가를 찾았다. 그러다가 임택순 간사를 인터넷으로 알게 되었고 임 간사의 친구도 소개 받아 같이 일하게 되었다. 또 한 명의 간사는 부산에 있을 때 교회 찬양팀에서 알게 된 사람이다.
상담 사역은 영어로 하나?
A: 전문 상담가는 없고 임택순 간사가 통역을 해 줬다.
한국에서 동성애 치유사역을 하면서 가장 힘든 점은 무엇인가?
A: 개인적으로 가장 힘든 점은, 우리 치유모임에 참여하는 사람들을 숨겨야 한다는 사실이다. 나는 그들을 사랑하고 가족처럼 여긴다. 자신의 문제를 인정하고 치유받기 위해 하나님 앞에 나오는 것은 모든 기독교인들이 해야 할 일이지만 무척 어려운 일이다. 그 일을 하기로 선택한 그들이 너무 자랑스럽다. 그러나 그들은 자신이 동성애 문제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숨겨야 하고 우리 모임에 참여하는 것도 숨겨야 한다. 이 모임이 끝나면 그들을 모른 척 해야 한다는 게 너무 마음 아프고 안타깝다.
한국교회는 동성애를 죄라고 보는 인식이 주류이다. 동성애에 대한 영국 교회의 분위기는 어떤가?
A: 영국교회도 동성애를 죄라고 보는 건 마찬가지다. 하지만 한국 교회보다 동성애 문제에 대해 더 열려있다. 한국 교회는 동성애자가 교회 내에 없다고, 그리고 없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동성애를 다른 세계의 일처럼 보고 교회 내 동성애자의 존재를 아예 거부한다. 그러나 영국교회를 비롯한 다른 나라 교회의 경우 동성애자들을 더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치유를 돕기 위해 노력한다.
미국(영국)의 교회나 선교단체는 동성애 치유를 위해 어떤 사역을 하고 있는가?
A: 데저트 스트림이 대표적인 단체이다. 데저트 스트림의 리빙워터는 영국에도 있고 필리핀, 말레이시아, 홍콩 등 아시아 지역에서도 활발히 활동 중이다. 다만 한국에는 없다.
앞으로 이 사역을 계속할 생각인가? 어떻게 진행할 것인가?
A: 하나님이 그만하라고 하실 때까지 할 것이다. 구체적인 계획은 아직 없다. 일단 재정적인 어려움도 있고 비자 문제도 있다. 지금은 직업이 있기 때문에 비자에 문제가 없지만 8개월 전까지만 해도 직업이 없어 신분이 불안정했었다. 또 학기 중엔 시간의 여유가 없어 주중 모임 한 번만 한다. 방학 되면 더 많은 동성애 고민자들을 만나고 싶지만 쉬운 일은 아니다. 한 사람 한 사람과 깊은 관계를 맺어야 하는 사역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원단체가 생긴다든지 교회와의 협력이 제안된다면 무엇이든 시작할 마음이다.
주위 사람 중에 동성애자가 있다고 가정했을 때 크리스천은 어떻게 대하는 게 바람직한 방법인가?
A: 성경은 어떤 사람이든 판단하거나 정죄하지 말라고 이야기한다. 동성애자가 아닌 사람들과 똑같이 대해야 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예수님을 소개해 주는 것이다. 예수님은 어떤 죄도 용서하고 치료하실 수 있다. 어떤 죄인도 구원하신다. 변화는 그 다음의 문제다. 변화된 후에 교회 오라는 것은 말도 안 된다. 예수님을 만나야 변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인들은 죄에 대해 이중 기준을 가지고 있다. 다른 죄에는 관대하면서 동성애에만 유독 엄격하다. 자꾸 동성애라는 특정 죄를 이야기하고 동성애를 다른 죄보다 더 혐오스러운 걸로 생각한다. 예수님은 동성애와 이성애자의 죄를 똑같이 보셨다. 누구든지 여인을 보고 마음으로 음욕을 품으면 이미 간음한 것이라고 말씀하실 정도로 이성애자의 죄도 엄격하게 다루셨다. 앞서 말했듯이 모든 죄의 근원은 동일하다. 하나님과의 깨어진 관계이다.
원치 않는 동성애 성향을 가지고 있는 크리스천이 있다면 그저 품어주라. 그들은 상처가 많은 사람들이다. 남성으로서 혹은 여성으로서 사랑을 받지 못했거나 거부당하면 자신은 좋은 남자나 여자가 아니라는 생각에 갇히게 된다. 따라서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수용과 사랑이다. 일반적으로 남성들은 남성 동성애자와 어울리기 싫어한다. 그러나 남성 동성애자는 남성들과 어울리며 남성들의 세계에 대한 소속감을 가져야 한다. 그들은 동성의 그룹에서 소외되었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모임에 오는 남성 동성애자들은 크리스천들이다. 그들은 동성애적 성향을 원하지 않고 여성과 결혼하고 싶어 하고 하나님을 기쁘게 해 드리길 원한다. 그러나 관계를 통해 소속감과 사랑의 욕구가 충족되지 않으면 회복이 힘들다.
동성애와 관련해서 한국 교회나 선교단체에게 하고 싶은 말은?
A: 좀 강하게 말해서 동성애자들을 그만 괴롭히라고 말하고 싶다. 나도 동성애가 죄라는 것은 안다. 그러나 모든 크리스천은 다른 사람을 정죄하기 전에 자신의 죄부터 정직하게 하나님 앞에 들고 나가야 한다. 성경에도 남의 눈의 티끌을 빼기 전에 자기 눈의 들보를 먼저 빼라고 나와 있다. 예수님이 가장 비난하신 죄는 동성애가 아니라 종교인들의 위선이었다. 우리 모임의 어떤 분이 하소연한 적이 있다. 설교 시간에 목사님이 동성애자를 비판하고 상처 주는 말을 했다는 것이었다. 동성애 기독교인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은 그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주고 사랑해주며 변화를 강요하지는 않지만 변화가 가능함을 확신시켜주는 사랑과 믿음의 공동체이다. 어떠한 죄를 지은 사람이라도 교회에서 받아들여지고 사랑받을 수 있음을 확신시켜주는 교회 문화의 정착이 시급하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A: 언론에 대해 회의적이었다. 인터뷰를 제의받았을 때 ‘이번에도 달라지는 건 없겠지’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기도하는 중에 하나님께서 말씀하셨다. ‘아니다. 이제는 너의 이야기를 들을 준비가 된 사람들이 있다.’ 기도하는 마음으로 나왔다.
국민일보 미션라이프 곽새롬 인턴기자 toffha@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