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연평도 도발] 연평도 주민·시민 “구체적 대응방안 없어 답답”… 추가도발 응징 반신반의

입력 2010-11-29 18:32

연평도 주민들은 29일 이명박 대통령이 발표한 대국민 담화에 대체로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북한이 추가 도발할 경우 응분의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는 내용에도 반신반의하는 모습이었다.

윤진영(43)씨는 피난민 임시 숙소가 마련된 인천 시흥동 찜질방 ‘인스파월드’에서 대형 TV로 담화문 발표 모습을 지켜본 뒤 “담화는 들었지만 다시 (연평도로) 들어가지는 못하겠다. 북한이 한 번 쐈는데 두 번 못 쏘겠느냐”며 불신감을 표시했다. 문선기(66)씨도 “흡족하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연평도에 남은 주민 역시 마찬가지였다. 박모(52)씨는 “천안함 폭침이 있은 지 얼마 되지도 않아 다시 공격을 당했는데 이 정도 수준의 담화로 안심이 되겠느냐”고 되물었다.

인천 구월동 중앙길병원 장례식장에서 만난 민간인 희생자 고(故) 배복철(60)씨 유족은 “담화에 (희생자) 두 명의 이름만 거론되고 (보상 문제 등) 다른 얘기는 없었다”며 실망스런 표정을 지었다.

시민단체들도 기대에 못 미친다는 반응이 많았다. 보수성향의 바른사회시민회의 전희경 정책실장은 “정부는 담화를 통해 국민에게 구체적인 대북 대응 방안을 설명해주고 북한을 상대로는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전달했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다”며 “국민들이 답답함을 느꼈을 것”이라고 말했다. 참여연대 이태호 협동사무처장은 “북한이 도발하면 힘으로 밀어버리겠다는 식의 정부 발상이 한반도에 평화를 가져올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며 “담화를 들은 국민 상당수는 안도감보다는 불안감을 느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지훈 기자, 연평도=최승욱 기자 lucidfall@kmib.co.kr